16일 본지 주최로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의 첫번째 세션 ‘기초과학, 연구환경과 정책의 조화’에서 염한웅(오른쪽 세번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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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일일이 연구에 개입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보다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이 두 배나 늘었지만 글로벌 학술지 논문 게재 편수는 거의 변동이 없는 게 단적인 사례입니다.”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 첫번째 세션 ‘기초과학, 연구환경과 정책의 조화’의 패널 토론에 참석한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우리나라는 투자 증가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 부원장은 “국내 R&D 비용이 20조원이 됐지만 성과는 상당히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에 한국인 과학자가 게재하는 논문의 숫자는 연간 2~3편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학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캠퍼스 선임연구원은 “40년간 젊은 과학자들을 양성하면 느낀 것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연구할 때 에너지가 솟구친다는 것”이라며 “톱다운으로 하는 방식보다는 자율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게 더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초연구 분야에서 많은 논문이 나오고 있지만 혁신경제를 선도할 만한 창의적인 연구는 굉장히 드문 실정”이라며 “창의적인 인재와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중요한 점은 융합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관심과 산업계, 해외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전제가 된다면 충분히 기초과학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