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9년 만에 최대’ ‘ 한국, 역성장 쇼크’, ‘최악의 소득분배’…
최근 한국 경제를 진단하며 언론을 장식하는 기사에 빠지지 않는 경제 위기설의 사례 몇 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용자들의 우려가 제기되자 택시 운전사도 ‘최저 임금 인상’으로 살림살이가 나빠졌다고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연 한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인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가 쓴 ‘이게 경제다’는 한국 경제의 당면한 과제를 시작으로 미·중간 패권갈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등을 아우르며 대한민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최 교수는 “소득격차의 심화, 영세 자영업의 몰락 등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포함한 서민경제에 불안요소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GM사태, 조선업의 침체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부채 주도 성장의 후유증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같은 구조적인 요인은 간과하고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친 주범이라고 한다면 이는 정치 프레임에 경제를 가두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우리의 경제 상황은 과거 겪었던 IMF 구제금융 시절을, 혹은 근래 그리스의 파산이 그랬던 것처럼 국가 부도를 앞둔 심각한 위기인가? 그 의문에 실마리를 풀어주는 기사가 나왔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2017년 17위에서 15위로 2단계 상승한 것에서 더 나아가, 거시경제 안정성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금융 위기 같은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제 역량을 의미하는 ‘거시경제 안정성’에서 주요 선진국들을 제치고 1위를 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일까.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외환 위기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것을 뜻한다. 최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얽히고설킨 경제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뚜렷한 경제정책의 청사진이 나올 수 없다”면서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적 위기는 펀더멘털의 요인이 아닌 잘못된 오진이 불러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급격한 고령화로 야기되는 인구 구조의 악화, 4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으로 인한 고용불안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더불어 부채주도 성장폐기, 산업구조 개편, 혁신성장 등 장기적인 관점의 체계적인 경제정책으로 대응해야만 한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계·기업 등 경제활동을 이끄는 주체가 인간이기에 경제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한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심리적인 영향 아래 놓이는 것은 당연지사. 사회적인 불안요소가 가중되어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전에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한 대책을 마련해 대응함으로써 경제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가 막연한 불안감에 떠는 대신 경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추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쳐서는 안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