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피의자 단계까지 국선변호를 확대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도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변호사계나 시민계에서는 운영주체와 예산 문제를 놓고 정부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무부는 21일 서울 양재동에서 공청회를 열고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규정한 형사소송법과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며, 올해 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는 법무부 관계자뿐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와 참여연대, 법원, 학계 등에서도 토론자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법무부는 제도가 도입되면 미성년자, 농아자 등 사회적 약자나 중죄로 체포된 피의자가 체포 단계부터 체계적인 변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사 조사를 통해 체포 당시 고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삼례 나라슈퍼 사건’ 같은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과 관련해 제도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피의자에게 세금을 지원한다는 우려에 대해서 반박했다. 박하영 법무과장은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이 수사기관의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사용돼 왔고 지난해는 6,000억여 원이 소요됐다”며 “반면 형사공공변호인 예산 규모는 수십억 원 수준으로 혈세를 오히려 절감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의 비판점은 예산과 제도 운영주체로 모아졌다. 현재 정부안은 피의자 국선변호 관리위원회를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에 설치하되 구성을 장관·변협·대법 동수 추천으로 구성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정영훈 대한변협 인권이사는 “법률구조공단은 검찰청과 함께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독점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기관”이라며 “공단 산하 기관에 피의자 국선변호를 맡기는 것은 피해자와 피의자 변호를 동시에 맡겠다는 것으로 이해충돌 문제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정 인권이사는 “공단 이사장과 법무부 장관의 성향과 의지에 따라 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했다. 변협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별도 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피의자 수만 명을 커버하는데 40~100억원 예산으로 계획했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 국정과제를 ‘보여주기식’으로 끝내겠다는 것”이라며 “설계를 제대로 못하면 장식에 불과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체포 후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선임된 변호인은 수사단계 변호에 사실상 참여할 수 없다”며 “체포된 경우로 적용 범위를 한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질의에 참여한 일선 변호사들도 제대로 된 변호사 수임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