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최저임금·주 52시간 과속 역효과 ...트리플 부진에 '성장쇼크' 경고

■KDI "올 성장률 2.4%로 하향"

"대내외 수요부진 등 악재 겹칠 땐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0.2%"

"재정확대 필요" 정부 지지했지만

KDI "국가채무비율 40% 지켜야"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 지적도

2315A04 경제성장률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 2.4%에는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이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470조원에 이르는 ‘슈퍼예산’에 추경까지 더해 돈을 푸는데도 성장률이 2.4%에 그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녹슬어 있다는 방증이다. KDI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 부작용이 예상보다 클 경우 성장률이 0.1~0.2%포인트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암울한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성장률이 2% 초반(2.2~2.3%)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4%도 낙관 시나리오…더 떨어질 수도
=KDI는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주요인으로 수출·투자·소비 동반 부진을 꼽았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소비 증가세도 둔화되는 가운데 수출이 빠르게 위축돼 전반적으로 수요가 부진하다”고 말했다.

KDI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가 올해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전망에서는 2.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 2017년(2.6%)과 2018년(2.8%) 증가율과 비교해도 크게 못 미친다. 최저임금 인상→소득증가→소비증가→경제성장이라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논리구조와 다른 결과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당초 1.3%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4.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도 -3.4%에서 -4.3%로 예상보다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3.7% 늘어날 것으로 봤던 수출(물량 기준)은 1.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을 반영한 결과다. 금액 기준으로도 수출은 올해 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내리 5개월 연속 감소했고 이달(1~20일) 들어서도 11.7% 줄었다.

관련기사



문제는 이런 전망마저도 낙관적 시나리오라는 점이다. KDI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정도 등이 우리 경제 성장세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원활하게 해결되지 못하거나 글로벌 교역 둔화로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가 늦춰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0.1~0.2%포인트 더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게 KDI 분석이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중소상공인·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활동이 위축되고 민간소비 부문도 영향을 받으면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D의 공포’ 오나=올해 반도체 가격 하락,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고 은행과 기업의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KDI는 물가지표 중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올해 -0.2~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대내외 수요 부진과 유가 상승,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는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0.2%로 도출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2006년(-0.1%)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정 위원은 “올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낮게 유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며 “채무상환 부담 확대, 세수 증가세 둔화 등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비율 40% 지켜야
=KDI는 최근 논란이 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관련해 재정건전성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지표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40%를 지켜야 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확장 재정을 주문했지만 국책연구기관은 40% 마지노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김 실장은 “국가채무비율 40%가 넘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고 세계 경제가 불안할 때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투자를 위해) 참고하는 지표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숫자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칫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경우 외국인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KDI는 올해 취업자 수가 20만명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인 10만명보다 두 배 늘렸다. 하지만 이는 재정 투입의 결과일 뿐 근본적인 고용사정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KDI는 못 박았다. 오히려 “서비스업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부진 등의 현상은 제조업에서도 고용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올해와 내년 실업률은 각각 3.9%와 3.8%로 예상했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 다만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 운용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기자 김능현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