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쌍둥이 딸들에게 중간·기말고사 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려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던 현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시험 문제를 유출함으로 인해 숙명여고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이 크다”며 “특히 대학입시와 직결돼 투명성·공정성이 높아야 하는 정기고사의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성실히 업무에 종사해온 다른 교사들의 이미지까지 손상됐고 증거인멸로 보이는 흔적도 있어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법원은 현씨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지에 풀이과정은 없고 답만 적은 점에 대해 “평범한 학생이었던 딸이 오로지 암산을 통해 물리1 과목을 만점 받을 수 있는 선천적 천재나 상식 범위를 넘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며 “어려운 문제에 풀이과정을 못 쓴 것은 풀이과정을 생각해낼 실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고교 내부의 정기고사 성적의 입시 비중이 커졌음에도 그 처리 절차를 공정히 관리할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도 사건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딸들이 이 사건으로 학생으로서 일상을 살 수 없게 돼 피고인이 가장 원하지 않았을 결과가 발생했다”며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7년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했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에는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 그러나 현씨와 두 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이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현씨는 피고인신문에서 “(답안 등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두 딸이 열심히 노력해 성적이 오른 것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