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체 우려...은행, 중금리 대출부터 줄였다

실물경기 금융부실 전이 가능성

시중銀 4월 대출비중 일제 축소

저신용 서민차주 대출길 더 막혀




경기 부진으로 대출 연체율이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금리 대출부터 먼저 줄이고 있다. 기업 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부실 우려가 상당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까지 늘릴 여력이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중금리 신용대출을 늘리도록 주문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연 금리 6~10%) 비중이 올 1월에 비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올 1월 11.9%에서 4월 11.8%로,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8.3%에서 7.7%로 떨어졌다. KEB하나은행도 24.2%에서 21.3%로, 우리은행은 12.2%에서 11.2%로 내려갔다.


은행권이 좀처럼 중금리 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것은 연체율이 상승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의 3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0.46%로 전년 동기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특히 자영업 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0.33%에서 0.38%로 상승 폭이 비교적 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 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은 부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가계대출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기 위해 적극 늘려야 한다”면서 “종합적인 여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의 일종인 중금리 대출부터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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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은행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발표한 ‘중금리 대출 발전방안’을 통해 은행권의 중금리 대출 평균금리를 연 6.5% 이하로 낮추도록 금리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연소득이나 재직기간 등 요건을 완화했다. 연간 3조4,000억원 수준인 중금리 대출 총 공급액을 올해 7조9,000억원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당국의 목표다.

은행권에선 중금리 대출을 늘리려면 빅데이터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으로는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 정보에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하기가 어려워 차주의 신용정보를 세세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 공급 대상인 중신용자 가운데 신용정보가 부족한 이른바 ‘신파일러(Thin-filer)’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로 인해 여의치 않자 지주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중금리 대출 통합 플랫폼인 ‘스마트대출마당’을 통해 은행·카드·생명·저축은행 등 계열사의 비대면 대출 상품 중 한도·금리 등을 조합해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KB금융도 다음달 오픈 예정인 통합 중금리대출 플랫폼을 통해 계열사 간 연계대출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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