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속 부자들의 금고에는 현금과 함께 금, 달러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세금 체납자의 집을 수색할 때도 골드바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금 제품과 벤저민 프랭클린의 얼굴이 새겨진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를 쉽게 볼 수 있다. 흔히 부유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왜 금이나 달러를 집에다가 보관할까? 대표적인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원화로 현금화가 가능한데다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금리가 낮은데다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위험성이 크지 않아 투자 수요가 더 몰리기 마련이다.
연초만 해도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 바람을 탔으나 곧바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증시 주변의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시장은 ‘잃지 않는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피난처가 달러를 비롯한 관련 금융상품이다. 환율만큼 예상하기 힘든 분야가 없다지만 최근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투자에 관심이 집중됐다. 직접 달러를 사들이는 것을 비롯해 달러화 정기 예금,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 달러ETF(상장지수펀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에서 빠져나간 돈은 채권으로 몰렸다. 최근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반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크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공모 기준) 설정액은 49조9,103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52조794억원보다 2조1,691억원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에만 3조7,962억원이 줄었고 연중 최고치인 2월 21일(56조2,831억원)과 비교하면 6조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연초 24조606억원에서 30조910억원으로 같은 기간 6조원가량 증가했다. 최근 1개월 사이에만 1조6,211억원이 늘었다.
이런 시기에도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분야가 있다. 흔히 방어주로 불리는 종목들이다. 주로 통신주를 비롯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업종의 주가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이들 종목은 배당 성향도 높아 투자 수익이 높지 않거나 손실이 나더라도 배당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추천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