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정책을 만들 때는 그 힘이 미치는 테두리를 미리 넓고 크게 설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덜 나오죠. 하지만 한국은 규제를 만드는 일에만 열심인 공무원이 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한주(47·사진)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와 만나 혁신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선 효율적으로 규제를 집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히는 베스핀글로벌은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업의 기존 시스템과 연계, 모니터링하고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전문기업이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우리 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규제는 없었지만 ‘데이터 경제’가 도래할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악법’부터 고쳐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의 거래를 차단한 개인정보 보호법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구시대 프레임에 갇혀 있는 탓에 데이터 유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창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지난 1998년 미국 시카고대학 동문들과 웹 호스팅 업체인 호스트웨이를 공동 창업한 후 2010년 지분매각까지 벤처기업가로서 활약했던 만큼 트렌드를 놓치면 사업 기회까지 사라진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데이터 중심의 사회는 거래가 생명인데도 ‘개인정보’이기에 움직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돈이 귀하다고 장롱에 숨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국내 벤처·스타트업계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제가 획기적으로 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 때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규제를 풀어야 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달리 공정거래 분야는 있는 법만 제대로 집행하더라도 신생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내부 거래를 관행적으로 하는 문제부터 업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급성장하는 사업 영역, 적절한 창업 타이밍과 인적 구성,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는 적시 투자, 마지막으로 조직원들의 실행력이 어우러져 지금의 성공을 일궜다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클라우드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2015년 12월 창업했고 삼성SDS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이나 SK텔레콤 등 굵직한 대기업과 손을 잡으며 명실상부 국내 최상위 MSP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국내의 성공을 발판으로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국영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 전환 사업을 따내자 기업 가치는 6,0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은 5월 초를 기준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연말까지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규모도 창업 초기 3명에 불과했던 직원이 800여 명으로 커졌다.
이 대표는 이처럼 ‘메가급’ 채용을 단행하면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베스핀글로벌만의 기업 문화를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하루에 한 명 꼴로 늘어나는 직원들, 특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로 옮긴 분들을 위해 우리 회사만의 컨센서스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지식은 물론 마음까지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바탕으로 하나의 공동체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력 있는 구성원과 힘을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이미 진출한 중국과 두바이는 물론 싱가포르, 미국 등으로 사세를 확장한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