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재발과 경제지표 악화 등의 원인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지수가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답답한 모습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을 점쳤다.
23일 코스피지수는 5.27포인트(0.26%) 내린 2,059.59에 거래를 마치며 2,060선을 내줬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10.04포인트(1.42%) 내린 696.89에 마감하며 지난 1월23일(695.63) 이후 4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700선이 깨졌다. 코스닥에서 외국인은 16일부터 이날까지 총 4,600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등 양국의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까지 부진에 빠뜨렸다는 진단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의 경과를 알리는 뉴스에 따라 지수가 크게 출렁이는 상황”이라며 “코스닥 역시 부정적인 대외변수 탓에 힘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예상외로 중소형주가 부진을 겪으면서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에 수급이 쏠렸고 이에 따라 코스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앞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설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실상 모멘텀이 없다고 본다”며 “미중 부역분쟁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훼손할 여지도 있고 국내 기업은 수출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반도체는 내년 상반기쯤이나 돼야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긍정적인 신호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외변수와 무관하게 국내 증시가 장기적인 박스권에 갇혔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한국 증시가 강세일 때는 오를 때는 최소 100% 오르고 조정기에는 50%씩 빠지는 패턴이었는데 최근에는 그 폭이 최대 40%가량으로 줄었다”며 “추세적으로 ‘재미없이’ 움직이는 박스권이 한국 증시의 ‘뉴 노멀’로 돼가고 있다. 이것은 무역분쟁 같은 대외변수와는 별개”라고 했다.
반면 대세 하락은 아니라는 낙관론 역시 제시됐다. 윤 센터장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해 1·4분기 기준 32.1bp로 안정 추세이고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것은 펀더멘털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도 화웨이 사태 이후로는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고 다음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미중이 정상회담을 한다면 분명 좋은 신호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