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에 대한 장기정비계약(LTMA) 수주를 놓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전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26일 UAE 바라카원전의 LTMA에 대해 “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가 기존의 경쟁입찰 방식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나와가 새로운 계약 정책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재까지 나와가 제시한 방안 중 가장 유력한 방안은 원전 운영사인 나와가 직접 정비 업무까지 맡으면서 핵심 정비 업무를 나눠 입찰에 참여한 3개사에 하도급 수의계약 형태로 넘기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사업 전체(2조~3조원)를 따내길 기대했던 한수원·한전KPS컨소시엄(팀코리아)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수주만 확보할 공산이 크다. 최근 한국의 원자력 60주년 기념식 참석차 방한한 UAE원자력공사(ENEC)의 모하메드 알 하마디 사장이 한국 기자들의 LTMA 입찰결과 발표에 대한 질문에 “미안하다. 다음 기회에”라며 말을 아낀 것도 계약 방식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NEC는 한국전력(18%)과 함께 나와의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UAE 측의 이러한 변화된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온다.
◇나와의 협상 전략?=우선 원전업계에서는 나와 측이 더 낮은 가격으로 발주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알 하마디 사장이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항의서한을 보낸 것이 밑밥이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나와는 수주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직접 운영하고 필요한 부분만 3개사에 하도급을 주는 형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알 하마디 사장이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전의 김종갑 사장 앞으로 ‘바라카 프로젝트에서 한수원 인력 철수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요구한다’는 항의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UAE가 원전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격도 중요한 요소는 맞지만 원전 운영과 정비에 대해 업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원전의 운영이나 정비 업무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 바라카 원전을 운영하는 나와가 통으로 정비까지 외주를 줘야 하느냐를 두고 컨설팅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비계약 수주에 ‘부정적 신호’ 누적=LTMA 대상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한수원이 자체 기술(APR1400)로 원전 4기(총 5,600MW)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형 차세대 원전인 ‘APR1400’은 미국 외 노형으로는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획득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독보적인 기술력이라는 것이다. 바라카에 이런 한국형 원전 ‘APR1400’이 건설되는 만큼 팀코리아가 2조~3조원 규모의 장기정비계약(LTMA)을 수의계약 형태로 따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한수원은 지난 2016년 LTMA와 함께 원전의 핵심 운영권으로 꼽히는 운영지원계약(OSSA)도 이미 따냈다. 하지만 나와가 이번에 계약 형태 변경하려는 시도를 포함해 팀코리아의 LTMA 수주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지난 2017년 수의계약이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영국의 두산밥콕, 미국의 얼라이드파워 등 수주 경쟁자가 생긴 게 가장 뼈아팠다. 자칫해서 수주를 놓치면 한국형 원자로의 정비 업무를 한국 이외의 다른 나라가 맡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LTMA보다 사업 금액은 크게 작지만 장기서비스계약(LTSA·약 1,200억원)이 한국 측에 사전 통보 없이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가기도 했다. 애초에 올해 4월까지 경쟁입찰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던 예측이 빗나간 것도 수주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와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경쟁입찰에서 떨어져 아예 수주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일부라도 확보할 수 있게 된 측면은 있다”면서도 “다만 애초에 사업 전체를 수의계약으로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팀코리아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