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첫사랑

- 심우기

쑥국새 한 마리


꽃밭에 숨었다

날개 다친 새인지

다리를 저는 새인지

아니면 배고픈 새인지

꽃밭을 휘저어 봐도

날아오르는 것은 없고

종일 기다려 봐도

보이는 것이 없다

본 것이 맞는 건지

입맞춤을 하였는지

의문이 살짝 드는 저녁 어스름

발자국이 눈에 익다

새는 보이지 않고

꽃밭에서는 울음만 피어난다







날개를 다치지도, 다리를 절지도 않았습니다. 끼니를 놓쳤으나 배고픈 줄도 몰랐습니다. 당신이 꽃밭을 휘저을 때에 어깨 위로 사뿐 날아 앉고 싶었으나, 차마 죽지가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뜨거운지 첫눈에도 불타며, 얼마나 연약한지 사소한 오해에도 부서지며, 얼마나 질긴지 평생을 잊을 수 없는 그것이 첫사랑인 줄 뒤늦게 알았습니다. 다 저문 당신이 아직도 저 오래된 꽃밭을 서성이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어쩌면 제 어설픈 풋울음 때문만이 아니라, 가장 순정한 당신의 무엇을 두고 온 까닭은 아니겠는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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