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7일 4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북측과의 접촉 사실을 인정한 데 이어 해리 해리스 미 대사도 북미 관계를 변화시킬 구체적인 조치가 있다고 밝히면서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살아날지 주목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외교 관련 사항을) 공개를 못 하고 (북측을) 만나기 힘들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와 정부도) 사실상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코셔슬리(cautiously·조심성 있게), 옵티미스틱(optimistic·낙관적인)’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이에 앞서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는 또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양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등에서 언급한 것을 볼 때 외교 정책을 지금까지 잘 이행해 북한과의 관계도 좋아졌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도 강조하고 있다”며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기자들이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달러를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것 외에 추가 지원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던 북한 어린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 대화 재개의 시동을 건 가운데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해리스 대사도 공개석상에서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대화를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한국군사학회 등이 주최한 국방·군사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와 병행해서 미북관계를 변화시키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계속해서 손을 내밀고 있고, 대화와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북미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관계로 전락한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지금 현실은 이 지역에 어떤 중요한 안보 및 경제 사안도 한국과 일본 모두의 적극적인 관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지윤기자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