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합의하고도 판 뒤엎고 폭력·협박...강성 지도부에 질린 조합원

[깊어지는 勞勞 갈등]

르노삼성 파업참여 땐 성과급 더주자는 주장에 불만 폭발

현대重 조합내 구타사건...한국GM도 노조원들 의견 무시

집행부 정치색 짙어지고 기득권 유지 혈안 갈등 부추겨





7일 전면파업에도 르노삼성차 노조원은 66%가 출근했다. 3일째 파업 중이지만 부상공장 정문 입구 농성 천막이 텅 비어 있다.  /부산=조원진기자7일 전면파업에도 르노삼성차 노조원은 66%가 출근했다. 3일째 파업 중이지만 부상공장 정문 입구 농성 천막이 텅 비어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법에도 없는 조합원들에 (성과급) 차등지급을 요구하는 노조가 제정신이냐.”

르노삼성자동차 지도부가 지난 5일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조합원에 ‘전면 파업’ 지침을 내리자 일부 노조원들은 즉각 반대했다. 협상 결렬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가 파업 지침을 따른 조합원들에게 성과급을 더 많이 나눠주자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성과급 차등지급에 반대여론이 일자 반대쪽 노조원들은 “무임승차하지 마라”는 재반박과 함께 “직접 얼굴 한 번 보자”는 협박성 댓글까지 올렸다.

파업 지침이 시행된 5일 이후 르노삼성 노조는 둘로 나뉘었다. 약 900여명이 출근하는 주간 조의 경우 5일 450여명이 출근했고 공휴일을 건너뛴 7일 조합원 3분의2가 파업 참가를 거부하고 생산 현장으로 나왔다. 7일에는 차체(98%)와 엔진(94%) 공장의 경우 거의 전원이 출근해 노조 지도부의 파업 지침을 전면 거부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월요일이 되면 80% 이상이 출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쟁’ 깃발만을 들어 올린 강성 노동조합이 분열하고 있다. 실적이 나빠져 특근·야근수당 등이 포함된 실수령액이 감소해 ‘민생고’를 호소하는 조합원들을 외면하고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다. 노조 지도부의 일방통행에 조합원들도 돌아서고 있다. 르노삼성 조합원들은 12개월째 협상을 끌고 있는 노조 지도부에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조합원들이 원하는 임금 보전을 이뤘는데도 노조 지도부가 정치색을 띠며 요구사항을 계속 바꾸고 있다”며 “협상을 타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절벽에 대한 불안감에 조합원들이 지쳐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협상 초기 기본급 10만 667원 인상 등을 요구하다 논의가 진전되자 조합원의 작업 전환배치 때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인사 경영권’을 요구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파업 참여율별 성과급 조합원 차등지급 등의 요구조건을 들고 나왔다. 이러는 사이 르노삼성은 신차의 유럽 수출 물량을 스페인 공장에 뺏길 위기에 몰렸고 국내 판매량이 7개월 연속 감소했다.



노노갈등은 올해 하투 현장 곳곳에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과 합병을 위한 물적 분할에 반대하며 지난 3일 8시간 전면파업에 이어 4일 7시간, 5일 4시간, 7일 2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파업 참여 인원은 첫날 2,500명에서 1,500명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원 간 폭력 행위도 등장하며 막장 파업으로 나가고 있다. 파업 참가자 10여명이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나오던 20대 조합원에게 파업 참가를 권유하다 피해자를 넘어뜨린 후 집단 구타했다. 파업에 불참한 한 노조원은 노조 게시판에 “지도부가 젊은 조합원들을 부추겨 동료 간에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다. 노조 지도부가 지난해 폐쇄한 군산공장 휴직자의 생계비(월 112만원)를 지급하기 위해 진행한 투표에서 조합원들은 75%가 반대하며 부결시켰다. 생계비 지원 문제는 지난해 5월 군산공장을 폐쇄할 때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결정한 일이다.

노노갈등은 급격한 경영·노동 환경의 변화를 노조 지도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중국 더블스타 매각 과정에서, 올해 초는 국민은행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경력을 인정하는 부분에서 갈등을 겪었다. 특히 정치색이 짙은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며 갈등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가입을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임금인상 등 원하는 것을 얻은 것과 별개로 ‘전투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민주노총 등에서 입지를 넓히려 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일각에서는 무법·탈법을 자행하는 민주노총에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 정부가 노노갈등의 불을 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노갈등은) 사회공동체의 이익, 작게는 조합원의 이익이 아니라 지도부 본인들의 이익을 앞세워 정치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지지 세력에 매정하더라도 엄정하게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부산=조원진기자 울산=장지승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