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이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이번 추경안의 제목은 ‘미세먼지·민생 추경’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경안을 발표하며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고충을 해결하고 선제적 경기 대응을 통해 민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총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미세먼지는 국가재정법에 들어맞는다. 국가재정법 89조를 보면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추경안을 편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민생’ 부분이다. 국가재정법에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추경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 극심한 경제위기가 덮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민생 안정’ 차원에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한국당에서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문재인 정부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에도 있었다. 당시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며 ‘서민생활 안정’을 하나의 명목으로 내건 데 대해 이는 추경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라는 부대의견이 국회에서 채택됐다. 이후 당시 예산결산위원장이던 백재현 민주당 의원이 추경 편성 요건에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확정된 예산의 변경이 시급히 요청되는 경우’를 추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결국 정부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추경안을 편성한 것”이라며 “법적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규모 재해와 재난 요건에 해당하는 미세먼지, 포항지진 대책, 강원도 산불 대책 사업들로 원포인트 추경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추경 중 민생 부분은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한 것이고, 이는 국가재정법상 ‘경기침체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