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2일에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섰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관련 문구를 놓고 전날 여야가 상당 수준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며 국회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연장 문제와 함께 경제 실정 청문회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정상화가 ‘8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최종 합의까지 막판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 처리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돌아오면 한국당 안을 포함해 처음부터 논의에 임한다는 정신으로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원내대표가) 완전히 파격적으로 말했다”며 “그동안 계속 협의를 해왔는데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갑자기 들어와서 판이 뒤집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위 연장과 경제 실정 청문회가 새로운 변수냐는 질문에 정 원내대변인은 “그렇다”며 “개미처럼 열심히 하고 나면 또 새로운 것이 첨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실정 청문회는 추가경정예산안의 필요성을 따져보겠다며 한국당이 민주당에 제안하면서 쟁점사항이 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추경이 정말 그렇게 필요하다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제 실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따지는 경제 실정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묵묵부답”이라며 “엉터리 같은 추경안만 통과시키려 국회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나 원내대표는 “여당은 국회 정상화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명령한 추경안 통과에만 관심이 있으니 (합의가)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연장 문제도 만만치 않은 쟁점사항이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을 확실히 논의·처리하기 위해 이달 말 종료되는 특위의 활동기한 연장을 바라고 있지만 한국당은 특위를 끝내고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결국 합의 처리를 위한 연장이라면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강행 처리를 위한 연장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특위 연장) 방식에 대해서는 정상화 이후 별개 논의해야 한다”며 “연관시키면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첨예한 대치 속에서도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에 대화의 끈은 이어가고 있어 전격적인 협상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국회 복귀 주장이 나오면서 지도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엄중한 국민들의 질타 속에서도 한국당에는 소위 ‘투톱 정치’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황교안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한국당 내에서 처음으로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주장한 후 두 번째로 당내에서 국회 복귀를 주장하는 의견이 나왔다.
/송종호·김인엽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