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국회 내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의 절반 이상 삭감을 주장하고 있어 추경이 대폭 깎일지 주목된다. 지난 2000년 이후 추경을 보면 정부 원안에서 수천억원이 깎인 적은 있어도 조 단위로 삭감된 적은 없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간 줄다리기로 국회가 열리지는 않지만 역대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통과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결국 처리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규모다. 서울경제신문이 2000년 이후 정부 추경안과 국회에서 확정된 액수를 비교한 결과 원안을 유지하거나 소폭 줄어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3조9,000억원을 편성해 3조7,800억원으로 결정됐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오히려 추경 규모가 소폭 불어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까지 주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3조6,000억원의 빚을 지는 ‘빚더미 추경’”이라면서 “청년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대규모 삭감을 예고했다. 정부가 추경 재원으로 3조6,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찍는 것을 비판했다. 추경호 의원도 “올해 6조7,000억원의 추경 중 재해와 관련된 것은 2조2,000억원”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에 다시 한 번 제안한다”며 “정부 경제라인이 다 나와 경제실정 청문회나 경제 대토론회를 개최해 추경이 답인지 논의하자. 국가 재정건전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6월 국회에서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법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최근 당론으로 정부 추경안 중 적자국채를 찍지 않고 가능한 3조1,000억원만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49석으로 정부 원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다만 이번에도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야당 입장에서도 예산이 많을수록 자기 지역구로 내려보낼 수 있는 예산이 늘어나고 정부 여당도 적절히 야당 의원 지역구에 예산을 챙겨줄 것이기 때문에 대폭 삭감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