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금리 인하를 포함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독일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주저앉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대해 “유로화를 떨어뜨려 불공평하게 미국과의 경쟁을 쉽게 하려는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ECB가 개최한 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해 (향후 경기)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리 인하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 중 일부로 남아 있으며 자산매입도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5월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4월(1.2%) 이후 가장 낮은 1.2%에 그쳤다는 유로스타트(유럽 통계청)의 발표 직후 나온 것이다. 이는 4월 인플레이션율(1.7%)보다 0.5%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로 ECB의 목표치인 ‘2% 바로 아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ECB는 6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장에서는 물가 부진과 경기전망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제기됨에 따라 ECB도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날 선 비판에 나섰다. 그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들(EU)은 중국,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수년간 교묘하게 이런 식으로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장중 0.2% 하락한 1.1187달러를 기록했고 독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0.3%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10년 국채금리 역시 이날 오전 ‘제로(0)’에서 거래됐고, 장중 한때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