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도시바 정전사고]복구 장기화땐 국내 업체들 낸드 재고까지 해소

도시바 2개라인 아직 가동못해

일각선 "2D 제품...영향 미미"




지난해 3·4분기부터 낸드플래시의 가파른 가격 하락을 겪은 국내 반도체 업계는 도시바의 정전 사고와 복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사고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 15일 정전이 발생한 후 20일까지 생산라인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 전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전이 발생한 생산라인은 폴더폰 등 구형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2D 낸드를 주로 생산한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미에 현에 위치한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정전으로 가동을 멈춘 뒤 이날까지도 복구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도시바 정전 사고에 따른 피해 규모를 웨이퍼 3만~10만장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도시바의 월간 낸드 생산 규모의 10~25% 수준이다. 다만 도시바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아 정확한 사고 원인이나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재고가 과잉축적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개당 5.6달러(128Gb MLC 기준)로 정점을 찍었던 낸드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3.93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재고는 계속 쌓여 올 2·4분기에는 낸드 사업에서 삼성전자(005930)가 간신히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이닉스는 낸드 분야의 계속된 적자로 올 4·4분기 3,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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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사고가 장기화하면 국내 업체로서는 재고를 털어낼 기회가 될 수 있다. 통상 반도체 공장에 정전이 발생하면 재가동해 품질을 안정시키는 데 수일에서 수주가 걸린다. 정전의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나 변압기에 고장이 발생했을 경우 복구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사고 발생 5일째에도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정상화에 3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2위와 4위 업체가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낸드 4위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은 앞서 도시바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요카이치 공장에서 공동으로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라인 복구가 늦어지면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진다”며 “이미 최근 낸드 업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에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생산이 중단된 Y3·Y4라인이 2D 낸드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D 낸드는 폴더폰 등 구형 제품에 주로 들어가 3D 낸드만큼 수요가 많지 않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력제품인 3D 낸드가 아닌 2D 공장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고도 워낙 많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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