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6일 조국 민정수석의 차기 내각 입각 가능성과 관련해 이틀 연속 “확인 드릴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간 수면 아래에서 거론되던 ‘7말 8초’ 개각 시나리오가 되레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각을 단행하는 만큼 청와대 입장에서는 개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 수석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동시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사를 새 내각에 투입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여름 정치인 출신과 총선에 나갈 장관들이 줄줄이 현 내각에서 빠지고 새 인물들이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관측된다.
내각을 책임지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 이번 개각 대상은 아니며 오는 9월 정기국회 이후 11월께 교체될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국무총리라는 자리의 막중함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포스트 이낙연’ 찾기 작업에 속도가 붙고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가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인 만큼 다가오는 선거 준비를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정치권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했다. 당으로 돌아가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 기여해 당내 기반을 더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징성이 높은 지역구 출마, 선거대책위원장 등 총리의 당내 역할도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이미 총리직 임기를 2년 넘게 채운 만큼 7말 8초 개각 명단에 포함될 명분도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 총리가 현재 ‘책임 총리’로서 인정을 받고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릴 만큼 대중의 신임을 받는 점이 오히려 정치권 복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총리가 평판도 좋고 지금 문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있는데 청와대에서 굳이 서둘러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며 “이 총리는 이번 개각 대상이 아닐 것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총리 교체 시점과 별개로 차기 총리 물색 작업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출신 중 차기 총리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다. 이들은 정치 구력은 물론 내각 경험도 이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또 정권 후반기에는 화합형·안정형 인물이 적합하다는 점에서도 거론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주목받고 있다. 반 총장 역시 내각 경험을 갖췄고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면서 내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역대 총리들과는 아예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젊은 여성 총리를 기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는 정치권 바깥에서도 차기 총리 후보 물색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와 언론계 등으로도 시야를 넓힌 가운데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등이 검토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성 전 총장의 경우 그간 현 정부 인사 때 학계가 많이 소외됐다는 점에서, 홍 회장은 정권 후반기에 가시적 효과를 내야 하는 외교·안보 분야의 식견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영현·윤홍우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