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교착을 풀기 위한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28일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무를 담당하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른 방식으로(in a different form)’ 소통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대북 의제를 조율한다.
양측은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 대표적인 대화파인 비건 대표의 방한이 북미 실무대화 재개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실제 비건 대표는 방한 전 비핵화 협상과 관련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북미 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 국무부도 27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에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협상 담당자 교체와 ‘온전한 대안’을 갖고 나와야 한다면서 북미 간 물밑접촉 상황을 부인한 데 대해 “건설적 논의를 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재차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다만 북미 간에 비핵화 방식과 입장 차가 여전히 큰 만큼 비건 대표가 판문점 등에서 북측 인사를 만나 깜짝 회동을 진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대북 금융거래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법안을 미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이날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이나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재 법안’(BRINK법·일명 ‘웜비어법’)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시사한 중국의 은행들을 겨냥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을 비난하며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대미 비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이 실무협상보다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을 선호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측은 트럼프만 잡으면 뭔가 이뤄진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협상 관련자들을 분리하려는 술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며, 이 자리에서는 남북관계 및 대북 식량 지원 현황 등과 관련된 정보 등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