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35개월 된 여자아이가 다른 주민이 키우던 폭스테리어에 물려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유명 동물훈련사인 강형욱 씨가 개를 안락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해당 개주인은 “안락사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SBS는 4일 견주 송 모(71) 씨가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특정 종을 겨냥해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게 옳은 것이냐”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보도 내용을 자세히 보면 송 씨는 “안락사 시킬 생각은 절대 없다”며 자신의 폭스테리어를 경기도의 한 훈련소에 맡긴 뒤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방송에 밝혔다.
3일 전파를 탄 SBS 뉴스 보도를 보면 지난달 2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복도로 3살배기 여자아이가 들어서는 순간 몸무게가 12kg에 육박하는 폭스테리어 한 마리가 말릴 틈도 없이 공격했다. 놀란 주인이 급하게 개 목줄을 잡아당겼지만 개는 아이를 물고 놓지 않아 함께 끌려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 사고로 아이는 허벅지에 흉터가 남는 등 크게 다쳤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방송에 “개가 심하게 물어뜯어서 애가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상태였다”면서 “아이가 바들바들 떨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개가 사람을 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개는 지난 1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생의 성기를 무는 등 수차례 주민을 공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 항의가 잇따르자 견주는 입마개 착용을 약속했지만 개에게 입마개를 하지 않은 채 지하주차장을 걷는 모습이 지난 1일 또 포착됐다.
폭스테리어 견주는 SBS에 “너무 오랫동안 입마개를 차고 있으니 개가 불쌍했다”며 “지하 1층에 아무도 없고 한산해서 살짝 빼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형욱 씨는 앞서 지난 3일 아이를 문 폭스테리어에 대해 “귀엽지만 꺼지지 않는 불처럼 사냥성이 대단한 품종”이라며 “주인은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고 개는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며 강경한 대처를 주문했다.
강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 개를 놓치면 아마 아이를 사냥할 것이다. 보통 제가 말하는 사냥의 끝은…”이라며 폭스테리어가 주인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씨는 “저 개는 다른 사람이 키워도 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니 안락사를 하는 것이 옳다”며 “안락사가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러분 가족이 무방비하게 물려보면 그렇게 이야기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저 분이 키우지 않았다면, 어렸을 때 교육을 잘 시켰다면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마지막으로 “폭스테리어 옆에는 어떤 개도 놓지 말라고 배웠다”며 “폭스테리어 키우시는 분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다니시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강 씨의 주장을 접한 일부 견주들은 강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 그의 발언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과실치상 혐의로 견주 송 씨를 조사하고 있다.
송 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5시10분께 용인시 기흥구 중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신이 키우는 폭스테리어가 A(3)양의 허벅지를 물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씨는 경찰에 “개 목줄을 잡고 있었지만 목줄이 늘어나는 바람에 A양이 다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송 씨를 입건할 방침이다.
사고를 낸 폭스테리어는 영국 원산의 견종이다. 키가 약 40cm의 작은 체구지만 여우사냥에 많이 쓰이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예민한 감각과 민첩한 행동, 총명한 두뇌를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균형잡힌 정방형의 골격이 특징이며 색깔은 흰 바탕에 검은색과 황갈색의 얼룩점이 있다. 입끝이 길게 나오고 몸통이 짧은 것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