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20년만에…도이체방크, IB부문 '백기'

글로벌 주식 매매·트레이딩 등

1만8,000여명 감원 '구조조정'

슈트라우스 대표 등 물러나고

올해·내년 배당금 지급도 중단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투자은행(IB) 주요 업무를 정리한다. 독일의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와의 인수합병(M&A)으로 재기를 노리려는 계획이 무산되자 결국 대대적인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 됐다. 이로써 지난 1999년 미국 IB인 트러스트뱅커스를 인수하며 월가에서의 진검승부에 나선 도이체방크의 도전은 20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도이체방크는 7일(현지시간) 전 직원의 20%에 달하는 1만8,000명을 감원하고 글로벌 주식매매와 트레이딩 부문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9만2,000명인 총 직원 수는 오는 2022년까지 7만4,000명으로 줄어든다. 글로벌 주식매매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 이뤄지는 만큼 두 곳에서 감원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방송은 분석했다.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본사 /AP연합뉴스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본사 /AP연합뉴스


도이체방크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2022년까지 총 74억유로(9조7,72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올해와 내년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달 24일에 발표할 2·4분기 실적은 구조조정 비용으로 28억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크리스티앙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늘 도이체방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공개했다”면서 “이는 도이체방크의 새로운 시작이며 한때 우리를 세계를 선도하는 은행으로 만들어줬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도 상당수 교체된다. 앞서 5일 도이체방크의 가스 리치 투자은행 대표가 물러나기로 한 데 이어 프랑크 슈트라우스 소매금융 대표와 실비 마더랫 최고규제책임자(CRO)도 이달 중 물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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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의 대수술은 5월 제빙 CEO가 주주 회의에서 대규모 감원을 예고함에 따라 일찌감치 예상돼왔다. 도이체방크는 올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긴축경영에 따른 착시효과일 뿐 영업환경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저금리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매출은 9% 떨어졌고, 특히 IB 부문 매출은 13% 추락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1년 사이 25%나 급락해 지난달에 사상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여기에 4월 코메르츠방크와의 M&A가 무산되면서 반전의 기회마저 놓쳤다.

잇단 과징금 폭탄도 악재로 작용했다. 2017년 금융위기 이전 주택담보증권(MBS) 판매 과실을 이유로 미 사법당국에 72억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데 이어 러시아 돈세탁 혐의로 6억3,0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금리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미국과 영국에 25억달러가량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한때 ‘유럽 최강자’로 불리던 도이체방크는 1999년 미국 트러스트뱅커스를 인수하고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대형 IB들과 경쟁에 나섰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10년 넘게 후폭풍에 시달려왔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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