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린 주미 영국대사에 대한 사실상의 교체를 요구했지만, 영국 측이 “대사가 주재국 정부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맞서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폄훼한 메모로 파문을 일으킨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에 대해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고 ‘통첩’했다. 떠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후임을 상대로 사실상 대사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만찬 행사를 앞두고 해당 영국대사의 초청을 전격 취소하는 등 미국 내 외교활동 배제 조치에 나섰다. 대럭 대사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및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함께 주최하는 이 날 밤 만찬 행사에 당초 초청받았으나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에도 영국 정부는 대럭 대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 대변인은 8일 “우리는 이번 유출에 대해 미국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면서도 “동시에 대사들이 솔직하고 꾸밈없는 정치적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킴 대럭 경은 계속해서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출된 부분은 (양국의) 친밀한 관계와 우리의 존경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영국과 미국은 양국의 오랜 역사와 공동의 가치에 대한 헌신을 바탕으로 한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대럭 대사의 메모 유출 경위 등에 대해 자체조사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현지 대중지 ‘더 선’에 외부 세력의 해킹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나는 (이번 사건이 해킹에 따른 것이라는) 증거를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매우 꼼꼼하게 유출 사건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