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괴롭힘 금지법 산업현장 혼란 없겠나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16일부터 시행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고질적인 병원 내 간호사 ‘태움 사태’와 웹하드 업체 회장의 사내 폭력 등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근로기준법에 관련 조항을 넣은 것으로,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것이다. 불합리한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접적인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66.3%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명예훼손·모욕 등 ‘정신적 괴롭힘’이 24.7%, 사적인 일을 시키거나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지시하는 등 ‘과대한 요구’가 20.8%로 나타났다.


법의 시행 취지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애매한 법 조항 때문에 시행 초기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과잉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실제 해당 조항(76조 2항)의 ‘업무상의 적정범위’와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은 주관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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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사례를 들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어디까지를 괴롭힘으로 봐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정당한 업무지시나 인사에도 불만을 표출하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근로기준법의 폭행 금지나 해고 등의 제한 조항과 겹치는 이중 규제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기업들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6개월 동안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사내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에 나서는 등 동분서주해왔다. 그럼에도 과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처럼 시행 초기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업계의 혼선을 없애고 제도의 조기 정착을 바란다면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유연한 법 적용을 통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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