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반도체 소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삼성전자(005930)가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반도체 사업부 전체가 소재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당장의 반도체 생산에는 차질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삼성전자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가전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협력사에 90일분의 재고 확보를 긴급 요청했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조치가 시작된 후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소재 사용량 효율화 작업을 시행하고 해외 협력사 등을 통한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약 2주 만에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를 2개월치 확보했다. 4일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화학물질 관련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를 2주 미만으로 관리해왔지만 몇 달 전부터 이번 사태를 예상하고 재고를 조금씩 늘려왔다”며 “특히 이번 사태가 터진 후부터는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현재 9월까지는 생산에 문제가 없는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금 당장 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두 달치 재고를 확보한데다 생산량이나 수율은 떨어질 수 있지만 저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도 최소 두 달 반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보인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일본계 컨설팅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전체적인 일본 내 분위기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책에) 긍정적이다”라며 “일본 내에서는 장기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가전사업부(CE)와 모바일사업부(IM)도 최근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재고 확보를 요청했다. 이번 사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 세트 사업(CE·IM) 구매팀은 최근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일본에서 수입해 납품하는 모든 자재를 늦어도 다음달 15일까지 90일 이상치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