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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부안수산’ 숙성회, “민어에 감칠맛을 더하다”

숙성된 식재료는 본래 맛에 깊은 풍미를 더하고, 입맛을 돋우는 특유의 ‘감칠맛’을 자아낸다. 식감도 부드럽게 만들어 소화가 잘되도록 도와 먹고 난 후에 뒤탈도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맛있고, 건강해지는 숙성의 미학은 생선에도 숨어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생선회는 크게 두가지로 즐길 수 있다. 바로 ‘활어회’와 ‘숙성회’다. 활어회는 살아있는 생선을 바로 손질해서 먹는 것이라면 숙성회는 피와 내장을 제거한 후 일정 온도에 저장 및 숙성을 한 후에 먹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손질법이나 유통법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주로 활어회를 즐겨 먹는 반면, 숙성회의 나라 일본에서는 선어를 특별한 숙성법으로 숙성시켜 회로 먹는다고 알려졌다. 회를 먹을 때는 신선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지만, 숙성회는 저온에서 서서히 단백질이 분해되며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 함유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맛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일본의 숙성회는 이노신산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기 위해 약 2~3일간의 숙성기간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국 활어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선호하는 이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숙성회 고유의 맛은 물론, 쫄깃한 식감도 살릴 수 있도록 숙성기간을 단축시킨 숙성회가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숙성회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전국 각지의 생선이 모여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현명하다. 노량진 사산시장 내에서도 일본에서 배워 온 ‘이케지메 (いけじめ)’방식과 특별 노하우가 담긴 숙성법을 여름철 별미 민어에 접목시킨 ‘부안수산’ 눈에 띈다.


부안수산이 선보이고 있는 대표메뉴 중 하나는 ‘민어숙성회’다. 여름 민어는 산란기를 맞이하여 살과 기름이 한창 오르기 때문에 최고의 맛을 자아낸다. 부안수산에서는 매일 아침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경매되는 자연산 민어를 구매하여 펄떡이는 생선의 뇌에 침을 놓는 이케지메 방식을 사용하여 피와 물기를 뺀다. 이케지메는 수산물의 신경을 끊어 한방에 즉사시키는 방법으로 탄력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손질법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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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7kg에 달하는 대물 민어를 얼음 무더기에 넣어두고 12시간~24시간 이내의 시간동안 숙성작업 시킨다. 32년 동안 민어를 비롯한 모든 어종을 직접 손질해온 부안수산 대표에 의하면, 약 이틀 간의 숙성기간은 씹는 식감과 함께 민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이 가장 잘 우러나올 수 있는 시간이라 한다.

사람의 상체를 전부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이곳의 민어는 손질법 역시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된다. 머리를 떼고 내장을 빼내고 나면 포뜨기를 통해 민어를 이등분한다. 갈비뼈를 제거하고 뱃살은 따로 분리하는데, 다른 조리법으로 식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뱃살은 상대적으로 질겨서 껍질에 다이아몬드 칼집을 낸 후 살에 닿지 않게 껍질에만 뜨거운 물을 부어 굽는 가와시모(かわしも) 방식을 적용한다. 이는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가진 생선을 껍질째 회뜰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껍질은 연하게 살은 꼬들꼬들하게 만들어준다. 붉은 살이 섞인 배쪽살과 흰살 위주의 등쪽살은 1cm남짓의 두툼한 크기로 썰어 주고, 찰지고 고소한 부레를 회 위에 올려준다.



부안수산 대표는 “손질이 끝난 뒤 남은 민어의 머리와 뼈, 내장은 매운탕이나 맑은탕인 지리로 해먹으면 담백한 민어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다”며 “살 부위 역시 회로만 떠먹기 아깝다면 부침 옷을 입힌 민어전으로 해먹어도 별미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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