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미사일 도발에 '외화벌이' 담당 北 인사 제재한 美

미 재무부, 北 군수공업 인사 1명 제재

김수일, 베트남에서 北 외화벌이 전담

고위급 아닌 실무급 제재로 수위조절

폼페이오 "실무협상 희망" 대화 기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게티이미지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게티이미지



미국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제재 이후 7개월 만에 군수공업부 소속 인사 1명을 제재 대상으로 29일(현지시간) 지정했다.

미국의 제재 조치가 북한의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닷새 만에 나온 점을 볼 때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고성 차원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고위급 인사가 아닌 실무자급 인사에 대한 제재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수위조절을 통해 북미 대화 판은 깨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베트남에서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군수공업부 소속 인사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OFAC는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김수일을 조선노동당과의 연계에 따라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수일은 군수공업부 소속으로, 조선노동당 산하인 군수공업부는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 관여로 유엔과 미국이 제재대상으로 지정돼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유엔과 미국 제재의 이행 지속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김수일은 군수공업부와 연계된 경제, 무역, 광업, 해운 관련 활동들을 수행하기 위해 2016년 베트남 호치민시에 배치됐다. 그는 2019년초까지 무연탄과 티타늄 정광 등 북한 내 생산품을 수출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원자재를 비롯한 다른 여러 제품의 수출과 수입에도 관여, 북한 정권에 외화를 벌어준 인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김수일이 베트남 제품을 중국과 북한 등지에 수출한 책임도 있다고 적시했다.


김수일에 대한 제재는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에 따른 것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1월 발표된 13687호는 북한 정부와 노동당 당국자 등을 포괄적으로 제재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김수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를 위반했고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면서 “재무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는 이들에 대한 기존의 제재 이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노동신문이 26일 공개한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 모습./노동신문북한 노동신문이 26일 공개한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 모습./노동신문


김수일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미국이 고위급 인사가 아닌 실무자에 대한 제재를 한 것은 북한을 북미 실무협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인명록에 보니까 김수일이 4명 나오는데 거기에 해당 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실무 인사라서 저희가 현재까진 따로 말씀 드릴 수 있는 인물은 아니고 추가 파악되면 말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북한은 최룡해 등 고위급 인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해 ‘극악한 적대행위’라며 강력 반발한 전례가 있다.

실제 북미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북한에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주관 행사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담 일정과 관련 “나는 며칠간 방콕에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큐빅 퍼즐’(Rubik‘s Cube)을 풀 수 있도록 (북미) 실무협상이 곧(very soon) 다시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협상을 큰 정육면체를 돌려가며 각 면의 색깔을 같은 것으로 맞춰야 하는 어려운 큐빅 퍼즐로 표현한 점을 볼 때 비핵화 방안과 관련 북미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을 전담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좌)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명길(우) 전 베트남 주재대사북미 실무협상을 전담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좌)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명길(우) 전 베트남 주재대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실무협상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질문에 “논의되고 있는 것이 없다. 계획된 것이 없다”고 정상 간 톱다운 방식 이전에 실무협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현재 가진 것을 유지하면서 더이상 추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을 경우 제재 해제를 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너무 가정적(인 질문)”이라면서 “우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창의적인 해법’(creative solutions)이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우리 각자에게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밝혔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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