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이 1일(현지시간) 오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목록) 한국 제외 절차 진행에 대해 “일본 측에 중단 요청을 분명히 했다”며 “(결정이) 내려진다면 양국 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서도 얘기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장관으로부터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을 직접 전해 들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별다른 반응 없이 기존의 일본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日 대한 수출규제 조치 후 韓日 외교 첫 대면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전 8시 45분께 방콕의 센타라그랜드호텔에서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한일 외교 수장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양 장관의 만남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한국제외 결정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에 들어섰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담 개시 후 10분 정도 지나서는 양 장관과 양측 통역,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만 회담장에 남았다. 회담은 55분 정도 진행 됐으며 9시 39분께 종료됐다.
강경화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시 양국관계에 파장”
강 장관은 회담 직후 취재진들로부터 ‘화이트리스트 제외 중단 요청 여부와 일본 측의 반응’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그 요청은 분명히 했고, 그것이 만약에 내려진다고 하면 양국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서도 분명히 얘기했다”고 답했다. 또 강 장관은 “일본 측에서는 일본 측의 기자 브리핑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만, 거기에 대해선 확답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일 일본과 미국 언론에서 나온 미국의 한일 갈등 역할 중재, 즉 신사협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측의 중재협정 등 여러가지 기사가 있는 걸로 안다”면서 “중재 이전에 우리측에서 수출 규제문제 또 한일간의 강제징용판결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간에는 협의를 통해서 해결을 찾아야하는데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지정 강행시 우리 측의 대응 옵션 중 하나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일본의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 강구 할 수 밖에 없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만큼 우리 한일 안보의 틀, 여러가지 요인들을 우리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그런 얘기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강 장관은 강제 징용 배상문제 관련해 일본 측이 우리에게 요구한 게 있었냐는 질문에 “일본 측의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한일 외교 장관 회담 후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을 별도로 만나 “일본 측 반응에는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 양측간 간극이 상당했다”며 냉랭했던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방콕=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