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료기록 거부' 암초 만난 펫보험

"자가진료 실시할 위험 크다"

서울시수의사회 진단서로 대체

손보사 "보험금 산정 불가능" 우려




올해 부쩍 활기가 돌고 있는 펫보험 시장이 난관에 부딪쳤다. 일부 수의사 단체에서 진료기록부 제공을 거부하면서 보험 업계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수의사회는 최근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험사에 진료기록부 사본 대신 진단서·영수증을 발급하도록 권고했다. 수의사법상 진료기록을 제공할 의무가 없는데다 반려인들이 진료기록부에 적힌 약품으로 자가진료를 실시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또 진료체계가 표준화돼 있는 사람과 달리 동물은 병원마다 진료항목과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만큼 동물 진료체계 표준화가 이뤄져야 진료기록부 발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수의사회는 또 보험금 청구에 서류가 필요할 경우 진료기록부 대신 병명·의사 소견이 담긴 진단서와 진료항목이 포함된 영수증을 발급하고 발급비용도 받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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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부분의 펫보험 판매 보험사들은 개별 동물병원과 계약을 맺고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를 곧바로 보험사에 전송하는 보험금 청구 시스템을 보급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들은 해당 시스템은 대다수 수의사는 물론 관련 단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모든 동물병원에 일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수의사들이 보험금 청구에 필수인 진료기록부 발급을 거부할 경우 이제 막 태동한 펫보험 시장의 성장이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진단서나 영수증만으로는 수술·약품 종류 등 보험금 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없어 손해율 관리나 꾸준한 상품 판매와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수의학의 특성상 평범한 반려인이 진료기록부만 보고 자가진료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자가진료 위험성을 근거로 진료기록부 발급을 거부한 수의사 단체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진료기록부 발급 거부는 오히려 동물병원 업계와 반려인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람의 경우 의료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법에 진료기록 제공 의무가 명시돼 있는 만큼 동물병원 역시 진료기록 제공을 통해 의료사고 방지는 물론 과도한 진료비 책정의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2017년까지 연 2,600여건에 불과했던 펫보험 계약 건수가 올해 급증해 2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던 손보 업계로서는 때아닌 암초를 만났다. 서울시수의사회는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로 예정돼 있는 동물병원 진료체계 표준화 지원사업, 수의사처방제 확대 등의 안건과 함께 진료기록부 발급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손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새로운 펫보험을 출시하고 이제 막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손보사들로서는 최악의 경우 수의사 단체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때까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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