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급소 맞겨눈 G2 보복전..."위안화 가치 40% 더 떨어질수도"

■ 美, 中 환율조작국 지정

中,이달말 하와이 노선 운항 중단...美여행제한 조치 움직임

인도태평양 안보 우위 놓고도 충돌...대치 장기화 우려 고조

NYT "매우 위험한 단계"...연준 9월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직후인 6일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오전 한때 전일보다 0.63% 오른 달러당 7.1400위안을 찍었다. 환율조작국 지정 소식에 위안화 가치가 더 급락한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66% 오른(가치 하락) 달러당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다만 인민은행이 오는 14일 홍콩에서 환율방어용 채권인 중앙은행증권 300억위안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환율은 진정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에 제동을 걸면서 급박하게 움직이던 외환시장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미중 환율전쟁과 그에 따른 경제패권 다툼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추가 관세로 다시 불이 붙은 미중 충돌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및 농산물 구매 중단→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중국 재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국제항공은 이달 말부터 미국 하와이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해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보복조치로 미국 여행 제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중 경제 전면전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입게 될 타격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당장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으로부터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받게 된다.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자국 기업의 대중 투자 제한과 중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도 시점이 문제일 뿐 추가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6일 사평(사설)에서 “(농산물 구매 중단은) 중국의 공구함에 있는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면서 추가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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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3일부터 중국 지도부 참석하에 진행되고 있는 ‘베이다이허 비밀회의’가 종료되면 중국의 본격적인 보복수단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베이다이허에서 시진핑 주석은 홍콩과 무역전쟁의 해결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외의 강경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최근 발생한 총기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에 대해 “환율조작”이라며 중국을 비판한 데 이어 미 재무부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워싱턴 DC=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최근 발생한 총기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에 대해 “환율조작”이라며 중국을 비판한 데 이어 미 재무부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워싱턴 DC=EPA연합뉴스


미중 갈등이 단순한 무역불균형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특히 양국 간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규모 무역흑자를 빌미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실체는 미래 첨단기술을 둘러싼 양국 간 기술패권 다툼, 나아가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제패권 다툼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굴기하는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환율전쟁으로 이끌고 중국을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고립시키려고 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이 1985년 플라자합의의 재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고, 중국 기업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며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미중갈등이 앞으로 한층 확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다음달 추가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태 장기화에 따른 하방 리스크를 줄이면서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한 재반격을 하기 위한 카드라는 얘기다. 월가의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를 포함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역시 위안화 추가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무역전쟁이 고조될 경우 달러당 7.5위안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카일 배스는 미 경제방송 CNBC에 “중국 당국이 통화가치를 방어하지 않는다면 위안화 가치는 30~4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환율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이 같은 미중갈등은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중국 제품 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9개월 내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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