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게 된 일본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절차가 번거로운데다 일부 품목은 중국과 대만 대상 수출보다도 엄격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달 수출규제 조치 단행 이후 지난 8일 처음으로 수출 허가 사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앞으로 순조롭게 허가 절차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기업들로서는 ‘불확실성’이라는 위험 요소를 떠안게 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가운데 “모리타 화학공업이 연내 중국의 합작 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이나 중국의 반도체회사 등에 납품하고, 요청이 있으면 한국에도 출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모리타화학은 지금까지는 중국 공장에서 에칭가스의 중간 재료인 불산까지만 생산했다. 이후 일본 공장에서 순도를 높여 반도체 세척 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를 최종 출하하는 구조였다. 중국 합작 공장에서 에칭가스 생산이 시작되면 중국에서 고순도 제품까지 일관해 생산, 공급할 수 있다. 신문에 따르면 모리타 야스오 사장은 “앞으로도 한일에서 비슷한 문제가 일어날 때는 일본 대신 중국에서 한국으로 출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또 일본 기업이 반도체 회로 가공의 필수 감광제인 포토 레지스트의 한국 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반도체용 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하는 도쿄오카공업은 최첨단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를 한국 공장에서도 생산, 한국 기업에 납품한다”며 “이번 (수출)관리의 엄격화에 따라 한국에서의 레지스트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불화수소와 레지스트를 일본 밖에서 생산, 한국에 수출해도 이번 조치의 대상에선 제외되지만 생산설비와 원료를 일본에서 한국이나 중국에 수출할 때는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리타 사장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관리 강화로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보통 1개월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8일 일본의 EUV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 발표와 관련해 “신에쓰 화학공업의 제품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 LSI(대규모집적회로) 수탁제조사업에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