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 일각의 반대는 물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기재부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면서 현 정부 최고의 ‘실세 장관’을 넘어 ‘총리급 파워’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1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부가 당정협의를 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김 장관의 파워가 홍 경제부총리를 압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상한제 발표를 미뤄줄 것을 피력했지만 김 장관이 청와대를 직접 설득하면서 도입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도입된 분양가상한제는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적용되는 등 규제 수위가 높다.
이날 열린 상한제 당정협의에서도 여당 의원 일부에서 불만이 나왔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협의는 1시간 17분 만인 오전9시17분쯤 끝났고 국토부는 13분 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은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개정안 도입에 대한 정부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지만 다른 참석 위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참석자들은 “급하게 아침에 당정협의를 하고 바로 이어서 국토부가 발표하는 것에 대해 ‘이게 무슨 (여당 의원들이) 들러리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당 국토위원들에게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비공개 협의에서는 분양가상한제의 부작용에 대한 의원들이 질의가 제법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지난 6월 버스 파업을 막는 과정에서 김 장관은 홍 부총리를 배제한 채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3자 합의를 통해 ‘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한 바 있다.
관가에서는 김 장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 4월 총선 출마 대신 이낙연 총리를 이어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로 지명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본인이 지속적으로 일산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4선에 도전할 여지도 있다. /박윤선·임지훈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