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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ELS' 투자금 43조…포치·시위 장기화땐 '녹인' 가능성도

[격화되는 홍콩사태…불안 커지는 ELS 투자자]

홍콩H지수 해외지수형 ELS 단골 기초자산인데

이달 들어 7.7% 하락…지수 1만선 밑 주저앉아

일각선 "8~9월 단기 조정받지만 V자 반등 기대"

반정부 시위 격화 여파로 홍콩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ELS)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 발행된 ELS 대부분이 원금손실구간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홍콩 사태가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큰 위험)’으로 번질 경우 대규모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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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홍콩H지수는 전일 대비 1.51% 하락한 9,846.6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7.76% 하락했으며 올해 고점인 지난 4월17일 종가(1만1,848.98) 대비로는 약 17% 급락했다.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홍콩 시위는 당국이 법 추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발 물러나면서 잦아드는 듯했다. 이에 급락했던 홍콩 증시도 6~7월에 반등했으나 이달 들어 시위가 더 격렬해지면서 홍콩H지수도 1만포인트 이하로 주저앉았다.

이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지수형 ELS의 단골 기초자산이다. 지수형 ELS의 경우 일반적으로 3개의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홍콩H지수는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S&P500지수와 함께 가장 빈번하게 ELS에 포함된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ELS 발행 담당자는 “국내 코스피지수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ELS에 포함시키면 쿠폰 금리가 줄어든다”며 “반면 홍콩H지수는 변동성이 크고 지수 옵션 등 파생상품의 시장 유동성도 풍부하기 때문에 연 5~6%대의 쿠폰 금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발행된 ELS 규모는 51조2,045억원이다. 이 중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규모는 39조1,698억원으로 전체의 76.3%에 달한다. 유로스톡스50지수(42조6,068억원) 다음으로 발행금액이 많다. 지난해에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49조8,155억원어치가 발행됐다. 7월 말 기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상환 ELS 잔액은 42조5,999억원에 달한다.

홍콩H지수가 1만선 밑으로 내려가기는 했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ELS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녹인(knock-in) 구간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ELS 발행 시점의 지수에서 40~50%가 하락하면 녹인이 발생하고 이 경우 만기까지 발행 당시 지수의 80%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초 이후 1만~1만2,000선의 박스권에 머물렀다. 이 기간에 발행한 ELS의 경우 홍콩H지수가 5,000~7,000선까지 하락하지 않는다면 만기 보유 시 수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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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해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홍콩H지수가 최고점인 1만3,500선까지 상승했을 때 발행한 ELS의 경우 지수가 8,000~8,700선까지 가면 녹인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홍콩 ELS의 원금손실 사태는 금융위기 외에도 2015~2016년에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홍콩 H지수가 2015년 5월 1만4,962에서 2016년 1월 7,823로 거의 반토막이 나면서 국내에서 발행된 ELS들의 대규모 녹인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며 금융불안이 가중되자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가 모두 급락했다.

향후 홍콩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대박을 터뜨렸던 영화 ‘빅 쇼트’의 실제 모델인 스티브 아이즈먼은 최근 홍콩 상태를 ‘블랙스완’으로 꼽으며 “만약 홍콩 시위가 더 고조된다면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뜻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시위는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며 “중국이 만약 무력진압하면 중국의 외교적 입지는 물론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홍콩 사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는 버거울 것”이라며 “8~9월 홍콩 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겠지만 V자 반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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