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복절을 맞아 일본과 미래 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우리나라 독립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장소인 독립기념관에서 경축식이 개최되는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날 경축식에는 독립유공자와 각계각층의 국민, 사회 단체 대표, 주한외교단 등 1,8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은 우리에게만 기쁜 날이 아니었다”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까지 60여 년간의 기나긴 전쟁이 끝난 날이며, 동아시아 광복의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국민들 역시 군국주의의 억압에서 벗어나 침략전쟁에서 해방됐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협력을 지속해 왔다”며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다”며 “일본이 이웃 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해야 함께 발전하고, 발전이 지속 가능하다”며 “일본 경제도 자유무역의 질서 속에서 분업을 이루며 발전해왔다”고 밝혔다. 또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가오는 ‘도쿄 올림픽’ 공동 번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며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일본에 화해와 협력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책임있는 경제강국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교량국가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 를 화두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자유무역 질서를 지키고 동아시아의 평등한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며 “우리 국민이 기적처럼 이룬 경제발전 성과와 저력은 나눠줄 수는 있어도 빼앗길 순 없다. 경제에서 주권이 확고할 때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으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번영을 선도하는 교량 국가가 되고자 한다”며 “우리가 힘을 가지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며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번영을 선택하도록 대화·협력을 계속해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