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줄줄이 손실...유럽서 맥 못추는 시중銀

브렉시트 등 불안정성 커지면서

지난해 진출 우리銀 15억 손실

하나·신한도 상반기 순익 감소

부족한 자본금 늘려 IB딜 따내야




시중은행이 선진 금융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투자은행(IB) 딜을 따내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현지 법인이 글로벌 IB의 틈을 뚫고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도 나온다.

19일 금융권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은행 유럽법인은 올 상반기 15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법인을 설립하면서 유럽 진출에 속도를 냈다. 유럽연합(EU) 지역 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대출 영업, 현지 기업 집단대출 참여, 유로화 송금·중계 업무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유럽법인의 설립으로 지점 신설이 용이해짐에 따라 동유럽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유럽에서 성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을 내려면 현지 금융사와 손잡고 대규모 IB 딜을 유치해야 하지만 현 수준의 자금력과 입지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 등 초기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적자의 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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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유럽 현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글로벌 은행인 도이체방크마저 IB 부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국내 은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우려가 고조되면서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고전하는 곳은 우리은행만이 아니다. 하나은행 독일법인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27억여원에서 올해 24억여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며 신한은행 유럽법인의 경우 올 상반기 1억2,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유럽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대 들어 매년 20억~40억원 수준의 쏠쏠한 순익을 거뒀지만 지난해부터 수익이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유럽신한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으며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현지 금융기관과의 IB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중은행 유럽법인의 자본금은 다른 해외법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은행 유럽법인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641억원으로 중국(3,867억원), 베트남(2,328억원), 미국(2,212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한은행 유럽법인과 하나은행 독일법인의 자본금도 각각 지난해 말 기준 2,300만유로화(약 300억원), 294억원으로 주요 해외법인 가운데 적은 편이다.

다만 유럽에서 안착하게 되면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인접 국가로의 진출도 꾀할 수 있어 국내 은행이 유럽 시장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EB하나은행은 파리 지점을 통해 북아프리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또한 선진 금융시장에서 IB 영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올해 3월 런던지점에 ‘IB 유닛’을 개설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장에는 신(新) 남방지역에서 리테일 금융을 중심으로 수익 개선을 이어가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글로벌 사업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IB 전문성을 더욱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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