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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이 풀어내는 한민족의 기원]빙하 녹으며 열린 북극항로엔 韓서 만든 선박들이 오가고...

<9> '新 해양실크로드' 북극해를 찾아서

  • 2019-08-20 17:41:21
  • 사외칼럼
[김석동이 풀어내는 한민족의 기원]빙하 녹으며 열린 북극항로엔 韓서 만든 선박들이 오가고...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며 생겨난 작은 유빙들이 북극해를 떠다니고 있다./사진=김석동

북극은 1,480만㎢의 육지와 1,300만㎢의 바다로 이뤄진 곳으로 러시아·노르웨이·알래스카·캐나다·그린란드 북쪽이 포함되는 지역이다. 이 북극이 급속히 따뜻해지고 있다. 최근 수십년간 이 지역 기온은 전 세계 다른 지역보다 두 배 빠르게 상승해 동토층이 줄어들고 빙하는 녹아내리며 해빙은 사라지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눈으로 덮인 지역도 5분의1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북극해로 진입하는 상선들이 늘어나며 거대한 물류혁명의 장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한반도는 북극항로의 태평양 쪽 기점이기에 우리에게는 의미가 크다. 필자는 이번에 북극항로의 유럽 쪽 관문이자 북위 80도 이상까지 걸쳐 있는 북극해 최북단의 섬 노르웨이의 스발바르제도 일대를 탐방하면서 항로가 열리는 자연환경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인천공항에서 모스크바를 경유, 14시간 만에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도착한 후 다음날 국내선 비행기로 2시간 걸려 스발바르제도에 있는 소도시 롱위에아르뷔엔에 당도했다. 노르웨이 본토와 북극점의 중간에 있는 스발바르제도는 5개의 주요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스피츠베르겐 등 3개 섬에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총면적은 6만2,050㎢로 우리나라 60% 정도이나 전체 인구는 약 2,6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1596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W 바렌츠가 발견한 이래 17세기에는 고래·바다사자의 서식지와 사냥터로 이름이 났고 20세기 초에는 석탄광이 개발되면서 정착지가 생겨났지만 작은 도시 하나, 탄광촌 2개, 북극과학기지가 있을 뿐이다.

스발바르제도는 북극해 최북단의 섬이지만 대서양 난류의 영향으로 겨울 평균기온 영하 15도 내외, 여름 평균기온 5도 내외로 생각보다 기온이 높다. 그러나 때 없이 찾아드는 눈보라를 맞이하면 살벌한 추위가 북극을 실감하게 한다. 북극지방에서는 극히 짧은 봄·가을에만 해와 달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영하 20도가 넘기도 하는 혹독한 추위와 함께 지평선 위로 해가 뜨지 않는 ‘흑야(Polar Night)’가 몇 달간 계속된다. 여름에는 영상·영하가 교차하지만 눈보라가 치면 살을 에는 추위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온몸을 감싸는 방한 장비가 필수다. 겨울과 반대로 몇 달간 해가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는 ‘백야(White Night)’가 계속된다.

●최북단의 섬 스발바르제도

북극해 항해 위한 유럽의 관문으로

롱위에아르뷔엔에는 국제종자저장고

뉘올레순엔 韓 다산과학기지 자리

온난화로 작은 유빙들 바다 떠다녀



롱위에아르뷔엔은 2,000명 남짓이 살고 있는 스발바르제도의 행정중심지로 북위 78도 13분에 위치하며 인구 1,000명이 넘는 도시 중 지구 최북단에 있다. 이 마을은 1900년대 초 석탄채굴을 시작하면서 생겨났고 비행장과 대학 등 연구기관이 있으며 450만종의 씨앗 표본이 보관된 국제종자저장고도 이곳에 있다.

롱위에아르뷔엔에서 내빙 크루즈선 ‘후티루튼’호를 타고 북쪽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최대 승선인원이 149명에 불과한 2,000톤 남짓한 작은 배로 연안항해선으로 건조됐다가 북극 항해를 위해 개조했다고 한다. 승선 후 배정받은 선실은 미니 2층 침대와 작은 옷장, 욕실 겸 화장실이 있는 조그만 방이지만 원형 선창을 통해 빙하와 떠다니는 유빙을 볼 수 있다.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받은 후 배는 바로 출항한다. 심한 멀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다행히 바다가 잔잔했는데 승무원 말에 따르면 드물게 좋은 날씨라고 한다. 떠다니는 유빙, 한여름인 지금까지 남아 있는 눈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배가 처음 도착한 곳은 약 55㎞ 정도 떨어진 바렌츠부르그다. 의외로 날씨가 좋고 기온도 쾌적했다. 러시아 회사가 탄광을 개발하면서 러시아인들 중심으로 정착이 이뤄진 곳이다. 스발바르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마을로 약 500명이 살고 있다. 이곳 러시아인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민속공연 등을 하고 있고 외부 방문객에도 공개한다. 기념품 가게를 겸한 작은 우체국이 있어 여행객들이 기념편지를 보낼 수도 있다.

밤새 달린 크루즈가 스피츠베르겐섬 북쪽에 있는 북위 80도에 근접한 막달레네피오르에 도착한 후 8인승 조디악으로 갈아타고 두 군데 해안에 상륙해 빙하와 피오르를 관찰할 수 있었다. 엽총과 구명 신호총 등으로 무장한 승무원이 앞장서 가면서 안전과 지역 상태환경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좋은 날씨에 방심하고 있다가 트레킹 중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서 북극의 강추위를 실감하게 됐다. 그 와중에도 ‘폴라플런지’라는 북극해 바다 수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어 놀랍다.

[김석동이 풀어내는 한민족의 기원]빙하 녹으며 열린 북극항로엔 韓서 만든 선박들이 오가고...
북극해에 나타난 고래./사진=김석동

이어 크루즈가 북쪽으로 향해하는 사이 북극고래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갑판으로 나가보니 고래가 뿜어내는 물줄기가 몇 곳에서 보였고 이어 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모습도 보여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고래가 등장한 후 드디어 북위 80도를 넘어 스피츠베르겐섬의 최북단보다 북쪽에 있는 모펜섬을 보게 됐다. 크루즈 선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모두 모여 북위 80도 항해 샴페인으로 기념행사를 가졌다.

[김석동이 풀어내는 한민족의 기원]빙하 녹으며 열린 북극항로엔 韓서 만든 선박들이 오가고...
김석동-덩이꽃

다음날 크루즈선은 콩스피오르에 도착했다. 조디악을 타고 하선한 뒤 상륙해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트레킹을 하며 생태환경을 관찰했다. 멀리서 순록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다. 툰드라 기후의 척박한 이곳에서 이끼들 틈에 작지만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스발바르제도에는 약 180종류의 초미니 관목 식물과 수많은 이끼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손을 덮을 정도 크기의 도톰한 이끼덩이 위에 수십 개 꽃이 피어 있는데 전체가 한 개의 개체라 한다. 이런 모습을 갖추면 바깥 기온보다 20도 정도 높은 보온이 가능하다 한다. 혹한의 추위에 식물이 살아남는 비법에 놀라울 따름이다. 이외에도 아름다운 작은 꽃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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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북극 과학기지인 다산기지./사진=김석동

이어 크루즈선은 스피츠베르겐섬의 뉘올레순에 닿았다. 이곳은 북위 79도에 위치한 과학기지촌으로 우리나라의 다산과학기지를 비롯해 10여개 국가의 기지가 운영되고 있으며 상주 연구자는 연평균 50여명 정도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우리나라 극지연구소의 조류연구자가 기지를 지키고 있었다. 북극지방의 기후변화, 석유·가스, 환경보호, 북극항로 등에 관한 협력을 위해 1996년 북극이사회가 설립돼 현재 8개 회원국과 12개 옵저버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영구 옵저버 국가다.


뉘올레순 방문을 마친 후 다시 크루즈선에 올라 롱위에아르뷔엔에 도착, 북극 탐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슬로로 돌아왔다.

오슬로에서는 북극탐험의 역사를 보여주는 프람박물관에 들렀다. 이곳에는 노르웨이인 탐험가 F 난센과 R 아문센의 북극탐험경로와 내용, 북극이 직면하고 있는 현안들-극지 과학협력, 북극항로, 환경, 야생동물 등-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특히 난센과 아문센이 탐험에 실제 사용한 배 ‘프람’이 박물관 중앙에 옛 모습 그대로 전시돼 있어 극지 탐험가들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웅변하고 있다.

●북극항로 시대

연중 운항 가능해져 상선이용 늘어

한반도, 북극항로의 태평양쪽 기점

유라시아 횡단 철도까지 연결되면

거대한 물류혁명의 진원지 될 수도



필자가 어렵사리 북극을 탐방에 나서게 된 것은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면서 뱃길이 열리고 있다. 지금은 스발바르 및 바렌츠해에서 연중 상선이 다닐 수 있고 북극항로 전체로는 연간 5개월 정도 배가 오갈 수 있으며 앞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1년 내내 운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게 되면 운항 거리가 2만2,000㎞ 이상인 데 비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1만5,000㎞ 이하로 3분의1 이상 운항 거리가 짧아지고 운항기간도 30일에서 20일로 단축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부산항에서 출발해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컨테이너선이 운항한 바 있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의 대형 내빙 선박이 독일을 거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항까지 상용운항을 한 것이다.

또 북극해는 석유·가스, 그리고 광물자원의 보고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전 세계 석유(가스)자원의 22%가 북극해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베리아의 북극해 일대에서 이미 대규모의 가스전과 유전이 발굴돼 러시아는 15척의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을 대우조선에 발주, 이미 10척을 운항 중이며 나머지 5척도 인도예정이라고 한다. 신해양실크로드라고 불리는 북극항로의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중국이라는 대륙세력이 해양으로 향하는 길목이며 미국·일본이라는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향하는 연결통로다. 그래서 세계 4강국의 이해관계가 직접 맞닥뜨리는 유일한 곳이다. 한국과 미중일 등 세계 5대 제조업 국가 중 4개국이 만나는 땅이다. 더구나 한반도는 북극항로의 기점이자 유라시아 대철도의 기점이다. 앞으로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고 유라시아 대철도까지 연결되면 한반도는 거대한 물류혁명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이것이 작금의 경제 위기 국면을 타개하고 대한민국경제의 미래를 약속하는 설계도라 하겠다.

[김석동이 풀어내는 한민족의 기원]빙하 녹으며 열린 북극항로엔 韓서 만든 선박들이 오가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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