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이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스타트업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기는 어렵지요. 시야를 넓혀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야 합니다.”
예비창업자들의 대표 멘토 중 한 명인 정회훈(사진) 드레이퍼아테나 대표는 최근 열린 KTB 벤처 챌린지 강연 후 본지와 만나 “스타트업들이 국내에만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과거 우리 기업들이 도전정신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던 것처럼 청년 창업가들도 인구 5,000만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이 겨냥할 글로벌 시장은 커지고 있다”며 “벤처캐피털은 큰 시장을 바라보는 창업가의 열정·전문성·경험 등에서 가능성을 판단하고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아서디리틀의 이사를 지낸 정 대표는 창업컨설팅 회사 이커뮤니티를 설립했으며 벤처리더스클럽 공동의장을 맡은 벤처 투자가다. 지난 1985년 설립된 실리콘밸리 간판 벤처캐피털 DFJ가 2008년 조성한 드레이퍼아테나펀드에서 한국 투자를 관장하고 있다. 드레이퍼아테나펀드는 지난 11년 동안 콜게이트·미니게이트 등에 투자한 1호 펀드에 이어 2·3호 펀드를 운영하며 총 350억원 정도를 한국 기업에 투자했다.
그는 “국내 벤처캐피털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곳은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겪는데 이때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스타트업은 창업 후 1~3년, 또는 3~5년 전후로 매출 부진과 자금 고갈 등으로 데스밸리에 봉착하고 스타트업 70% 이상이 결국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 대표는 “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 등이 데스밸리 구간에 투자를 나서야 하지만 스타트업도 시장에 자신의 제품과 아이디어를 적극 알리는 숙제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제품·서비스는 인지도가 매우 낮고 시장이나 투자자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를 극복하려면 열정과 에너지로 접근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여기에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함께 회사를 키우는 과정(빌드업)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회사 키우기’에 들어가는 자금투자가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사실상 나머지 80%는 투자 이후 일어난다고 강조한 정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참석하는 이사회를 거의 매달 연다”며 “한국에서 드레이퍼아테나가 투자한 기업도 1년에 적어도 4~8회 정도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물색하고 있다. 그는 “현재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블록체인 등 기존 산업의 틀을 바꾸는 혁신기술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