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00년을 사랑받다...바우하우스 '명품 디자인'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 기획전>

기능 충실한 디자인에 예술+기술 결합...지금까지 영향력

1920~30년대 빈티지 의자·책상·요람 등 국보급 작품 전시







100년 전, 독일의 바이마르에 바우하우스(Bauhaus)라는 예술학교가 문을 열었다. 독일어 ‘바우하우스’는 건축의 집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는 디자인 학교에 가까웠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철학으로 단순하지만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전후 복구 과정의 피폐함을 딛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생활을 꿈꿨다. 산업시대를 내다본 대량생산을 모색했고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했으니 명품 디자인은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다. 겨우 14년밖에 운영되지 않은 ‘바우하우스’지만 그곳 출신들이 현대 디자인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에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은 올해 세계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열리는 중이다.

삼청로 금호미술관이 하반기 기획전 ‘바우하우스와 현대생활’을 개막했다. 미술관의 30주년과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동시에 기념하는 전시다. 금호미술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디자인 컬렉션에 주력해 차별적인 미술관 정체성 확보에 공을 들였다.



2층 전시장을 차지한 책상과 의자들이 멋스러운 서재를 떠올리게 한다. 입구 맨 왼쪽에 자리 잡은 1930년작 나무 책상은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인 칼만 렝옐의 작품이다. 장식은 전혀 없고 책상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해 ‘구성주의 책상’이라고도 불린다. 세계적 디자인 박물관으로 유명한 독일 비트라뮤지엄 관장이 “이것은 독일의 국보급 가구인데 어떻게 한국에 왔느냐”고 물었던 바로 그 책상이다.


그 옆 의자들은 바우하우스 초기 졸업생인 마르셀 브로이어의 작품들이다. 브로이어는 자전거에 주로 사용되던 강철 파이프를 구부려 가구 재료로 활용한 혁신적 디자이너다. 의자가 가벼워졌을 뿐만 아니라 곡선과 직선의 미감, 이음새를 최소화 한 강렬한 디자인이 가능했다. 기존 나무 의자는 다리가 4개, 적어도 3개는 있어야 서 있을 수 있었지만 브로이어는 뒤쪽 지지체 하나를 없애도 안정적인 ‘뒷다리 없는 의자’를 고안했다. 브로이어의 대표작은 ‘바실리 의자’로, 등받침과 팔걸이가 있는 강철 의자 뼈대에 가죽이나 천을 씌워 사용할 수 있다.

관련기사





이들 가구 위로는 아돌프 마이어의 1929년작 전등이 빛난다. 지름을 달리한 원형 유리가 겹쳐진 형태로 지금도 지속적으로 ‘짝퉁’이 양산되고 있는 명품 조명이다. 책상 위의 반구형 재떨이 ‘MB24’는 바우하우스 최초의 여성 공방장이던 마리안느 브란트의 작품이다. 그는 변형된 반구형 전등갓으로 눈부심을 막아주고, 조명의 목 부분을 구부려 높낮이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책상 조명도 고안했다.

빌헬름 바겐펠트가 제작한 1938년작 ‘쿠부스 저장용기’는 여느 집 냉장고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뚜껑있는 사각 유리통이다. 흔해 빠진 저장용기라 하기에는 비례미가 탁월하고, 이를 계기로 식기를 쌓아 보관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가히 혁신적이었다. 바겐펠트의 1929년작 금속 ‘주전자’는 당시 프로토타입(시제작 용도)으로 만들어진 3점 중 하나라 ‘박물관 보물급’이다. “우리집에도 있는 주전자”라고 말한다면 100년을 관통해 사용될 수 있는 디자인의 영향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나무형 씽크대나무형 씽크대


큐브형 씽크대큐브형 씽크대


3층에는 바우하우스 출신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의자가 관객을 맞는다. 스승인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에게 영감을 받아 페터 켈러가 1921년에 디자인 한 요람이 눈에 띈다. 삼원색과 원·사각·삼각형의 기본 요소만으로 만든 요람이다. 바우하우스의 마지막 교장을 지낸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의자는 이번 전시의 핵심 중 하나다. 강철 프레임을 구부려 만든 1927년작 캔틸레버 의자는 ‘선(線)의 미학’을 과시한다. 의자로서의 실용성은 말할 나위 없다. 빈티지 의자의 녹슨 부위는 시간의 흔적이다. 구조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가죽을 씌우지 않고 전시 중이다.

지하 1층 전시장은 미술관의 자랑거리인 어린이 의자들이 전시중이다. 아기자기한 모양, 산뜻한 색감이 SNS용 사진명소로 적격이다. 아파트의 시조라 불리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공동주택 ‘유니테 다비따시옹’을 위해 샤를롯 페리앙이 디자인한 1952년대 부엌가구도 선보였다. 큐브형, 나무형의 1인주거를 예견한 듯한 움직이는 씽크대도 흥미롭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BTS(방탄소년단)의 RM이 공식 휴가 기간에 이 전시를 보고 가는 등 벌써부터 입소문이 뜨겁다. 내년 2월 2일까지.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