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동헌 칼럼] 불확실성 시대의 한국경제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소주성 3년째...가시적 성과 못내

생산성 높여야 투자·고용 선순환

기업 존중·지원할 시스템 갖추고

규제개혁으로 신성장엔진 살려야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세계 실물경제의 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 설상가상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했다.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불확실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국내 불확실성도 이에 못지않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노동력 감소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국내 잠재성장률은 지난 2001~2005년 4.7%에서 오는 2021~2025년 2.1%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젊은 세대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며 결혼과 자녀에 대한 꿈조차 버렸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2~2008년 연평균 3.1%에서 2012~2018년 1.5%로 급락했다.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계속 높아져 가뜩이나 높은 소득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심화는 외국자본의 투자유치와 국내 기업의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쳐 올해 1·4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17.4%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시행 3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기술개발 촉진, 투자 활성화, 고용창출 등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은 근로자의 임금을 늘리고 소득분배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성장엔진의 불씨를 살려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생산성을 향상해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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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적 성장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폴 로머 교수는 소득증가가 지식습득 및 기술습득으로 이어질 때 소득주도 성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장에 기여하지만 임금상승으로 인한 단순한 소비증가는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단기간의 경기진작을 도모하고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지만 국가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나아가 혁신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적 경제정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으로부터 초래되는 각종 충격을 막아내고 한국 경제를 지킬 수 있는 방패는 경제운용시스템이다. 정책결정자는 글로벌 마인드를 바탕으로 정책을 실행해 시장경제 운용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제품개발을 하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국가는 이러한 기업들을 존중하고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갖춰야 한다. 기업은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경쟁을 추구하고 사업의 과실을 정당하게 공유하는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정책결정자는 경쟁과 개방의 바탕 위에 무임승차를 배제하고 좀비 기업을 퇴치하며 성실한 근로자들이 노동의 대가를 누릴 수 있는 근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책결정자의 이러한 글로벌 마인드는 외국투자가들에게 신뢰를 줘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글로벌 경제 정책 공조를 이끄는 데 기여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복지향상이고 이는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성장의 바탕 위에 가능하다. 불확실성을 타개할 수 있는 한국 경제의 칼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이다. OECD는 2019 구조개혁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규제개혁을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도입 등 경제를 억누르는 규제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기업 및 산업 간의 장벽을 허물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융합을 조장함으로써 신성장 엔진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토양을 가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디지털디바이스를 핵심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핀테크 등이 통합되고 융합되는 구조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시장경제운용시스템을 견실히 하고 과감하고 혁신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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