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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 광복 후에도 日의 탄압…고국마저 외면한 그들

■ 정영환 지음, 푸른역사 펴냄




누구는 끌려왔고, 누구는 살아보려고 건너간 일본에서 광복을 맞았다. 일본에 남은 그들은 재일교포나 재일동포, 혹은 재일한국인 등으로 불리고 있다.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다. 해방 당시 197만여 명에 달했던 재일조선인의 인구가 1950년 말에는 54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5년 만에 다들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일제는 패망했다고 하나 재일조선인은 미군정인 연합국총사령부(GHQ)와 일본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이들은 재일조선인을 독립한 조선의 국민으로 보지 않고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일본 경찰권의 통제를 받는 존재로 봤다. 그렇다고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다. 거주와 귀환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일제강점기와 마찬가지인 ‘송환의 대상’으로 몰아갔다. 떠나온 고국은 재일조선인을 외면했다. 이 책은 해방 후 5년간 ‘역사의 빈틈’에서 살았던 재일조선인들이 겪은 사연을 촘촘하게 분석했다. 방대하고 치밀한 사료에 놀라고 몰랐던 ‘그들의 역사’에 다시 한번 놀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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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정영환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교수는 재일조선인 3세 역사학자다. 자신은 물론 아버지도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할아버지의 본적지라는 경남 고성은 아버지조차 간 적 없다. 할아버지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살다가 돈 벌러 일본에 간 형을 찾아 어머니와 함께 도일했고 그곳에 남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한글 숙제를 검사했다는 확인란에 ‘아버지 검’을 겨우 쓸 정도로 ‘조선어’에 서툴렀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발버둥쳤다.

“동포가 읽을만한 책을 쓰고 싶다”고 거듭 말해온 저자의 소망에서 ‘동포’라는 단어는 유난한 울림을 전한다. 그 ‘동포’라는 말을 곱씹으며 읽으면 “재일조선인의 역사는 예전에 농민이었던 사람의, ‘강제노동’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자영업자의, 가사노동자의, 아동노동자의, 노동할 기회를 빼앗긴 사람의, 혹은 그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역사”라는 말이나 “법적 지위를 살펴보아도 그들은 제한제국 신민의, 대일본제국 외지인의, 일본국 외국인의, 혹은 과거에 외지인이었던 일본국민의, 대한민국 재외동포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외공민의,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역사”라는 표현에 담긴 울분을 느낄 수 있다. 조선사람도 일본사람도 아닌 재일조선인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사의 상처뿐만 아니라 남북 분단의 상흔까지 겹쳐져 더욱 고통스러운 ‘아픈 손가락’이다. 3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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