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내각이 극우 인사로 채워지면서 한일 양국의 미래가 어두워진 가운데 미 조야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조야의 중재론은 한일 갈등의 악화가 동북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12일(현지시간)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진행된 ‘한일관계와 미국의 역할’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도 한일 사이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이슈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무역과 안보 분야까지 번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인 허바드 전 대사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는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역할을) 축소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일갈등에 따른 한미일 삼각동맹의 와해가 미칠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허바드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외부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관세를 사용해왔다”면서 “(한일 이슈엔) 개입하기 더 어려운 셈”이라고 분석했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일본담당 선임연구원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국의 역대 행정부는 한일 갈등의 시점에 중재하려고 노력해왔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트럼프 행정부에는 물밑에서 한일 문제를 다루는 인사들이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부임하기 전까지 대사직이 오랫동안 공석이었고,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 7월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사임한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한미·미일 간 ‘안테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스미스 연구원은 “우리는 (트럼프라는) 새 대통령을 갖고 있다. 미국이 과거에 했듯,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한일 양자의 자체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한편 미국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베 내각의 폭주는 계속됐다. 전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외교 자세와 관련해 “새로운 체제 하에서도 ‘먼지만큼’도 안바뀐다”고 호언했다. 그는 이어 “우선은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켜라”고 한일갈등의 책임을 한국 측에 떠넘겼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역시 최근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해 일한 관계의 기초를 뒤집고 있다. 시정을 계속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대한(對韓) 강경 기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