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소매판매·투자도 잿빛..."中 하반기 성장률 5%대로 추락할수도"

[中 산업생산 4.4% 쇼크]

리커창까지 '예상보다 빠른 경기하강' 공개적으로 인정

지준율 0.5%P 인하...150조원 유동성 공급 진화 나서

경기둔화 핵심 원인 G2무역전쟁 서둘러 봉합 가능성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경제성장률 ‘바오류(保六·6% 이상)’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들어 경제지표가 더욱 나빠지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를 책임진 총리까지 이 같은 전망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점이 이를 시사한다. 리커창 총리의 언급은 바오류 실패로 인한 대내외 충격을 다소 줄이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할 경우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우울한 경제지표 세 가지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우선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달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2년 2월(2.7%)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 예상치(5.2%)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 정부의 올해 산업생산 증가율 관리 목표는 5.5∼6.0%다. 올 1∼8월 산업생산 누적 증가율은 5.6%로 아직은 목표 범위에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산업생산 증가율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목표치 달성을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무역전쟁과 소비지출 감소 충격 속에서 경제가 더 약화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표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7.5%에 그쳐 전달(7.6%)과 시장 예상치(7.9%)보다 모두 낮았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견인 효과가 가장 큰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5.5%에 그쳐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중국 중앙정부가 각 지방에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인프라 투자를 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무역전쟁의 충격 속에 생산이 감소하고 소비심리도 악화하는 가운데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 대책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바오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은 관련 통계 공표 이후 최악인 6.2%까지 떨어져 올해 경제성장률 마지노선인 6.0%에 근접한 상황이다. 현 추세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5%대로의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앞서 9일 글로벌경제전망(GEO)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했던 6.2%에서 6.1%로 낮췄다. 상반기 성장률이 6.3%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5.9% 성장을 예측한 셈이다. 피치는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6.0%에서 5.7%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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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총리가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같이 거대한 규모의 경제가 6% 이상의 고속성장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예상보다 빠른 경기하강에 직면한 중국 정부의 난감한 처지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올해 인프라 투자와 감세로 4조위안을 쏟아붓고 있는 데 더해 이날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총 9,000억위안(약 150조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한 것도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가 이뤄지는 것은 1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지준율 인하에 이어 이달 중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시중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금융 리스크를 ‘회색 코뿔소’라고 언급하는 등 부채 문제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결국 또다시 돈풀기에 나서고 있는 데는 미래의 부채 문제를 감수해서라도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 다급함이 묻어난다.

특히 오는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과 10월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둔 시점에 불거진 경기악화 소식으로 중국 지도부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중국은 국가적 중대 행사인 건국절을 의식해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하고서도 미중 무역전쟁 조기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을 대거 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미국이 지적한 불공정 제도·관행을 일부 고치는 쪽으로 10월 고위급 무역협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기악화로 중국의 약점이 노출된다면 미국이 협상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도 모든 이슈의 일괄 타결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더릭 뉴먼 HSBC홀딩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부딪힌 위험이 다양하고, 또 커지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타결된다고 해도 경기둔화를 쉽게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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