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1986년 12월, 경기도 화성군 태안면 강간 연쇄살인사건이 4번째 발생하자 주민이 현장 주변 논에 허수아비를 세워 놓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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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한민국 ‘최악의 미제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용의자는 또 다른 성폭행과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무기수 56살 남성 이 모씨로 알려졌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19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의 속옷 등 3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이 모씨의 DNA가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다른 증거물에 대해서도 DNA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 본부장은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라며 “이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에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용의자는 1994년 당시 20살이던 처제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 씨는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혼거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수감 생활 중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1급 모범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최근 수감 중인 이 모씨를 찾아가 1차 조사를 벌였지만 그가 혐의를 전면 부인해 별다른 답변을 얻어내진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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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은 장기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사건이다.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어서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280명과 지문대조 4만 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06년 4월 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 보관된 증거를 분석하는 등 진범을 가리기 위한 수사를 계속 이어왔다.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DNA 분석기법을 통해 당시 10차례의 사건 가운데 3차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록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과연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음은 사진으로 되돌아본 ‘화성연쇄살인사건’ 진행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