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분양가상한제, 집값 상승 불지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2배 껑충

신축 이어 전세·재건축도 '들썩'

2715A01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다가올수록 서울 집값은 되레 불안해지고 있다. 매매가 상승률이 일주일 새 2배로 커졌다. 집값 오름세가 신축에 이어 재건축, 서울에서 경기도로 확산되면서 전국 아파트 값도 47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상한제 대기수요까지 늘면서 전세가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청약시장은 과열됐고, 매매·전세가도 동반 상승하는 등 상한제가 부동산 시장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6% 올랐다. 13주 연속 상승세로 지난해 10월 둘째 주(0.07%) 이후 50주 만에 최대 상승이다. 지난주(0.03%)보다 오름폭이 2배로 커진 것이다. 신축에 이어 재건축 급매물이 소진된 데 따른 현상이다. 수도권 아파트 값도 0.04%에서 0.05%로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주 보합에 이어 0.01% 상승 전환됐다.


전세시장도 불안하다. 가을 이사철에 상한제 대기수요 증가 등으로 서울 전셋값이 이번주 0.05% 상승해 지난주(0.04%)보다 오름폭이 다소 확대됐다. 경기도 전셋값도 0.10%로 지난주(0.08%)보다 많이 올랐다. 한 전문가는 “상한제가 청약·매매·전세·신축·재건축 가릴 것 없어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한제 시행전 일단 사고보자”...잠실주공5 82㎡도 22억 신고가>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벽면에 매물 내용이 붙어 있다. 입주 13년 차인 잠실 일대도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호가가 오름세다. /이호재기자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벽면에 매물 내용이 붙어 있다. 입주 13년 차인 잠실 일대도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호가가 오름세다. /이호재기자


“분양가상한제가 곧 시행되면 서울에서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신축은 물론 구축·재건축까지 일단 살 수 있는 아파트는 다 사려고 듭니다. 반대로 상한제가 혹시 유예된다면 은마와 같은 재건축은 바로 웃돈을 주고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이렇게나 저렇게나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강남구 대치동 M공인 대표)


지난 6월 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축이 뜨면서 청약시장은 과열됐고 전세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데 이어 최근에는 상한제 주 타깃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마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값이 9월 마지막 주 0.06% 오르며 전주보다 상승 폭이 두 배 껑충 뛴 이유는 재건축에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9월 들어 거래는 뜸하지만 판교·분당·위례 등 경기권 주요 지역에서도 신고가 단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상한제로 온통 들썩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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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다가오는데 재건축도 강세=분양가상한제 시행 예고 후 서울 신축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 단지도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는 전용 82㎡가 17일 22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7월 중순 21억1,425만원에 거래된 후 8월 초에는 20억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전용 76㎡도 상한제 예고 후 18억원 중반으로 내려갔다가 17일 19억5,56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반등했다. 최근에는 20억원까지 최고가 거래 소식이 전해지는 상황이다. 잠실동 A공인 대표는 “상한제 발표 이후 호가가 내려가며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상한제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동구 둔촌동 주공 아파트도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둔촌주공 1단지 전용 58.21㎡는 8월 13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9월 초에는 14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3단지와 4단지 전용 99.61㎡ 역시 8월 말 2,000만~3,000만원 오른 값에 거래됐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거래는 뜸하지만 호가가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은 다른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9월 들어 서초구 서초동 서초삼풍 전용 96㎡는 20억6,000만원,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64㎡는 25억원에 최고가로 거래됐다.



◇신고가, 신축에서 구축·경기권 확산=입주 10년 차 이상인 구축도 사정은 비슷하다. 입주 17년 차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전용 160.17㎡는 20일 23억9,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강남에서는 올해 입주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113㎡C가 24일 25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신축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2016년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경우 지난 7월 32억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역대 최고가다.

신고가는 강북도 예외는 아니다. 9월 초 신공덕동 신공덕e편한세상 59.85㎡가 8억3,800만원의 최고가에 거래됐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는 19일 전용 84㎡A가 11억3,000만원, 전용 121㎡B도 20일 13억4,500만원에 각각 최고가로 손바뀜됐다.

과천·위례·분당·광명 등 경기권 서울 인접지의 아파트 값도 연일 상승세다.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TA는 1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1억7,000만원의 전고가를 넘었다. 위례신도시 위례24단지 꿈에그린은 9월 초 전용 59㎡가 9억 5,800만원에,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 전용 84㎡는 9월 초 12억원에 최고가를 썼다. 인근 W공인 대표는 “최근 1~2주 사이에도 1억원씩 올랐다”면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을 다 채우고 거래 매물이 늘면서도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약시장은 과열을 넘어 대란 상황이다. 새 아파트가 귀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서울 및 주요 수도권 분양단지의 경쟁률이 세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한제 대기수요로 전셋값도 상승세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전용 84㎡의 전셋값은 7월 8억원 중반대에서 9월 들어 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위례신도시 위례롯데캐슬 전용 84㎡도 9월 들어 전세 시세 호가가 5억원을 넘어섰다. /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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