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일왕 즉위식을 앞두고 열린 한일 외교수장 담판에서 그간 강경발언만 쏟아내던 양측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미묘한 기류변화가 감지됐다.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양국 내 안보위기론이 고조되는 한편 일왕 즉위식에 이웃 국가인 한국이 불참할 경우 일본 정부 역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양측이 수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제74차 유엔총회 참석 계기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신임 외무상과 상견례를 겸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한일 외교수장간 만남은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강 장관과 당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의 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한일간 갈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진전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 베이징 담판 때와는 다른 약간의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특히 한일 양측은 지속적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담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27일 오전 3시30분)부터 약 50분간 이뤄졌다. 당초 예상했던 30분보다 길어진 것으로 앞서 고노 외상 시절 외교장관 회담이 짧았던 점을 고려하면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특히 회담 시작 후 약 10분 만에 배석자들을 물리고 통역만 대동한 채 강 장관과 모테기 외상은 약 40분간 단독회담을 진행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종료 직후 강 장관은 한국 특파원들에게 “(모테기 외무상과의) 첫 만남이었다”면서 “외교 당국 간에 허심탄회한 소통을 이어가자,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북핵 문제 등에서 한일 간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외교 당국 간에는 장관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각급 차원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통,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다만 한일 현안에 대해서는 서로 간의 입장을 반복하고 확인했다”면서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모테기 외무상은 지금 한일관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해결을 위해서 당국 간 소통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