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최대 221만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직 중 약 27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늘어나는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험료 부담보다 산재사고 등 업무상 재해가 일어났을 때 받는 보험료 혜택이 더 크다고 반박한다.
고용노동부가 7일 내놓은 ‘특수고용직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방안’에 따르면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125억원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신청하지 않고 실제 가입할 인원을 8만8,000명으로 전망한 결과다. 하지만 만일 이번 조치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모두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규모는 3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든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에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특수고용직 9개 직종에서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비율이 86%에 달한다”며 “이번 대상 직종도 비슷한 비율의 적용제외 신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직종마다 실제 가입률은 천차만별이다. 퀵서비스·대리기사·택배기사의 실제 가입률은 각각 67%, 44.4%, 36.3%인 반면 보험설계사나 골프장 캐디는 각각 11%, 3.6%에 그친다.
경영계는 정부의 결정이 이처럼 산재보험의 특수고용직 적용률이 낮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한다. 일괄적인 산재보험 대상 확대가 기업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산업구조상 직종·기업별 계약 및 운영 형태가 다르고, 산재보험의 당연 적용이 해당 업계의 인력운용 등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실 경영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산재보험 그 자체에 있다. 이러한 경향이 고용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으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반면 고용부와 노동계는 경영계의 우려가 과하다고 지적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기업의 추가 부담보다 100억원 이상 많은 4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산재보험의 목적 중에는 사업주의 민사상 보상 등 비용부담의 감소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퀵서비스 등 위험성이 높은 직종에 대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재보험기금 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17조9,134억원이고 재정수지도 2조원 이상 흑자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노동계는 나아가 특수고용직에 대한 기업의 산재보험 부담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특수고용직은 계약·운영 형태가 다양하지만 해당 기업에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하고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며 “이를 인정하고 사측의 보험료 부담 비중을 상향할 것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산재보험의 전면 적용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특수고용직은 저임금으로 생계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사고 위험, 장시간 노동,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으로 인한 질병 등에도 산재보상조차 안 되는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려왔다”며 “전속성과 사고 위험 모두 높아 적용 확대의 1순위로 거론된 유통매장의 물류배송기사 등을 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