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가격을 물어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미술품 거래를 활성화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평범한 철학도에서 화가이자 갤러리스트로 변신한 백지희(사진)교수는 21일 서울경제와 만나 국내 미술품 거래 시장의 문제점으로 “그림값을 당당하게 물어볼 수 없는 환경”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캠퍼스 예술대에서 화가로 방향을 튼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일반인들이 미술품 시장에 참여하게 하려면 ‘미술품은 비싸다’는 편견부터 깨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중강연에 참가한 시민들이 상품으로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경매·아트페어 등 미술 시장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는 녹록지 않고 미술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술 시장에는 부자들을 위한 폐쇄적인 거래가 있는가 하면 일반인들도 충분히 참가할 수 있는 오픈마켓 등 다양한 층위가 있다”며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줄여나가려면 먼저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목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그가 꼽은 것은 작품 감상이다. 백 교수는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취향도 제각기인 만큼 미술에 대한 취향을 찾고 또 안목을 키우려면 우선 작품을 많이 봐야 한다”며 “갤러리라는 공간이 낯설다면 미술관·아트페어 등 열린 공간 등을 먼저 찾아가보라”고 권했다. 시간이 없다면 비록 아쉽기는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한 후 관심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좀 더 파고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실물을 관찰해보라고 권한다.
이 중 백 교수가 안목을 키우는 방법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아트페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장르는 물론 가격대가 다양한 상품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림 가격을 터놓고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예작가 중에는 작품 가격이 아직 형성되지 않아 아주 저렴한 경우도 있다”며 “갤러리에서는 쉽게 작품 가격을 물어보기가 어렵지만 아트페어에서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술품은 재산 증식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감성과 열정을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며 “좋아하는 소설가 혹은 가수가 있다면 책과 음반을 사는 것처럼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의 작품을 집에 걸어놓고 매일매일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
한편 그는 지난 9월 출간된 ‘퇴근길인문학수업(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의 필진으로 참가해 ‘알고 보면 재미있는 미술 시장’이라는 주제의 원고를 맡았다. 책에서 그는 서양미술사에서 갤러리와 미술관의 태동을 시작으로 피카소 등을 키운 갤러리스트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이야기 등으로 미술시장의 역사는 물론 직접 그림을 구입할 때 필요한 팁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과 인문학을 접목한 대중강연에 관심이 많은 백 교수는 “예술은 인류 문명사의 결과물”이라면서 “시대적·역사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찾는 데도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면서 “대중강연을 통해 미술은 누구나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