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관점]전기료로 한전공대 설립이 웬말…전력기금이 정부 '쌈짓돈'?

한전공대 투입은 수익자부담 원칙 어긋나

원래 신설 배경은 한전 민영화 대비

부담금 취지대로라면 진작 폐지됐어야

정부가 한전공대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만지작대고 있다. 실현되면 부담금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전력의 계통통제실 광경.   /연합뉴스정부가 한전공대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만지작대고 있다. 실현되면 부담금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전력의 계통통제실 광경. /연합뉴스



한전공대 설립·운용자금 전용 논란이 거센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지난 2001년부터 부과돼 올해 4조5,000억원의 적립금이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 운영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올해 예산의 60%에 해당하는 엄청난 재원이다. 쌓인 돈은 전원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지원, 전력 산업의 해외진출 등에 사용된다.


이 부담금은 환경개선부담금과 더불어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부과 타당성이 약하다. 전력 산업 기반 구축사업이 부담금 요건인 특정 공익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전기 사용자가 낸 부담금은 주로 전력공급과 전력수급 안정사업에 쓰이는데 이는 일반적이고 보편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전기 이용자가 사실상 전 국민이라는 점에서도 특정인을 대상으로 징수하는 부담금 요건에 어긋난다. 조세로 전환하거나 필요 재원을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 논리는 그래서다. 부담금 용처인 신재생에너지 지원은 에너지특별회계와 중복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진출 지원이 대표적이다. 수혜자와 부담자가 다르다. 이 때문에 그에 상응해 요율(3.7%)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율은 2001년 3.13%로 출발했다가 4.9%로 오른 뒤 2005년 12월부터 현 수준으로 낮아졌다.





원래 도입 취지를 보면 진작에 폐지돼야 옳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설 배경은 김대중 정부 시절 추진한 한국전력의 구조개편, 즉 민영화에 있다. 한전이 민영화하면 전력 관련 공익사업의 수행 주체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별도의 재원조달 창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2011년 기획재정부 평가단의 평가보고서는 이런 점을 들어 “부담금 도입의 목적이 희박하기에 부과의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2014년 평가에서도 “전기 사용자와 전력 기반 조성 사업의 관련성이 약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요율 인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조세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만약 이 부담금을 한전공대에 투입한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 정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법적 근거를 두더라도 수혜자 따로, 부담자 따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부담금이 부처 ‘쌈짓돈’으로 불리는 연유다. /권구찬 선임기자

권구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