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英 ‘냉동 컨테이너 집단사망 사건’ 트럭 운전자 법정 출두

“이름과 주소만 짧게 말해”…나머지 3명 전날 보석 조건으로 석방

아일랜드 경찰, 컨테이너 벨기에로 실어나른 또다른 운전자 체포

/EPA=연합뉴스/EPA=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발견된 한 냉동 컨테이너에서 39구의 시신이 발견돼 집단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트럭 운전자 모리스 로빈슨(25)이 28일 법정에 출두했다.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 에식스 경찰은 지난 26일 로빈슨을 살인 및 인신매매, 밀입국 및 돈세탁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첼름스퍼드 치안판사법원에서 열리는 심리에 화상연결 방식으로 출석한 로빈슨은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이었으며 이름과 주소만을 짧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빈슨은 이날 별도 보석 신청을 하지 않았다. 법원은 오는 11월 25일 런던 중앙형사법원에서 심리를 재개할 때까지 로빈슨을 계속 구금할 계획이다.

검찰은 “여전히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다른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이번 사건은 영국으로 많은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불법 집단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해 “온 나라가, 아니 전 세계가 이번 비극과 더 나은 삶을 희망하며 이 나라를 찾은 무고한 이들이 겪어야 했던 운명의 잔인함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애도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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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3일 오전 1시 40분께 런던에서 동쪽으로 20마일(약 32km)가량 떨어진 에식스주 그레이스의 워터글레이드 산업단지에서 39구의 시신이 담긴 화물 트럭 컨테이너가 발견됐다. 시신은 남성 31명, 여성 8명으로, 최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동사했거나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당초 이들이 중국인인 것으로 추정했으나 베트남 출신이 상당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지난 27일까지 베트남의 24가구가 이번 비극으로 자녀가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에 실종신고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모두 베트남 중북부 지역인 응에안성(14가구)과 하띤성(10가구)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컨테이너를 자신의 대형 트럭에 적재한 북아일랜드 크레이개번 출신인 로빈슨은 사건 발생 당일 체포됐다. 로빈슨 이외에 이번사건에 연루된 4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대형 트럭 수송업체를 운영하면서 로빈슨이 몰던 트럭을 불가리아에 최초 등록했던 조안나 마허(38)와 토머스 마허(38) 부부, 북아일랜드 출신의 40대 후반 남성 등은 지난 25일 체포됐다. 그러나 이들은 보석 조건으로 전날 풀려났다.

이와 별개로 아일랜드 경찰은 에식스 경찰의 의뢰를 받아 더블린 항구에서 북아일랜드 출신 20대 초반 남성을 지난 26일 체포했다. 에이먼 해리슨(23)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카니아 트럭 운전자로 해당 컨테이너를 벨기에 제브뤼헤 항구로 실어나른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는 22일 오후 제브뤼헤에 도착해 같은날 오후 항구를 떠났고 다음날 오전 0시 30분께 런던 동쪽 퍼플리트 부두에 도착했다. 이후 화물 트럭은 로빈슨이 날랐고 1시 40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 등이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식스 경찰은 “해당 남성은 잉글랜드 사법 관할권 밖에서 체포된 상태로, 아일랜드 경찰과 통화를 통해 연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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