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소·부·장 예산 탄 ‘좀비기업’ 5년 새 4배나 늘어났다

2012년 19개 → 2017년 73개

"예산 늘려 놓고 정작 검증 허술"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은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 가운데 이른바 ‘좀비기업’이 최근 5년 사이 4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내년 소재·부품·장비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정작 대상 기업에 대한 검증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0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 관련 3개 연구개발(R&D) 사업(소재부품·기계산업핵심·산업소재핵심 부문)을 통해 지원을 받은 전체 674개 업체 중 73개가 최근 3개 회계연도 연속(2015~2017년)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인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2년 19개(전체 578개)에서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 미만이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소재·부품 기술 개발 사업의 경우 2017년 예산이 지원된 기업 중 12.3%가 한계기업이었다. 산업부는 해당 사업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배 늘어난 6,027억원으로 편성했으며 이는 산업부 전체 R&D 사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산업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공급 안정과 국산화를 위해 내년 관련 예산도 올해보다 50% 증액한 1조2,715억원으로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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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예산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지원 기업의 검증을 촘촘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게 됐다. 예산처 관계자는 “한계기업은 자체적으로 R&D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고 R&D 과제를 완료해도 후속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소재·부품·장비 지원 예산이 매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예산에 의존해 연명하는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한 중소기업은 2017년 총 4개의 정부 R&D 과제를 따내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총 990억원을 확보했는데, 이 업체는 2014~2016년 이미 이자보상비율이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이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정부 R&D 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비아냥이 적지 않은데 역량이 부족한데도 예산을 받아가는 기업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책임하고 비효율적 예산 지원은 국내 소부장 기술 수준이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에도 크게 개선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산업부의 소부장 개발 기술 2,685개에서 양산에 한참 못 미치는 실험실 단계에 머문 것이 10개 중 7개로 가장 많았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소부장의) 핵심기술력 확보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라며 “여전히 낮은 단계인 기술 성숙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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